동덕여대 문창과 재학생·졸업생 '학내 미투운동 지지하고 학교측 대응 규탄
[서울파이낸스 박지민 기자] 수업 중 미투 운동 폄하 발언과 제자 성추행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하일지 소설가 겸 문예창작과 교수(본명 임종주)가 사퇴 의사를 밝히며, "학생들이 모욕해 내 명예가 더러워졌다. 교수직을 사퇴하고 작가로 돌아가겠다"고 19일 말했다.
이날 하 교수는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100주년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은 나에 대한 파면을 요구하는데, 파면 당하면 그만이지만 사과할 뜻은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내가 사과하는 걸로 여러분(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라면서 "어쨌든 여러분들이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내 사과가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사실을 폭로한 김지은씨에 대한 발언에 대해서도 입장 변화가 없다고 일축했다. 앞서 하 교수는 수업 중 학생들에게 "안 전 지사에 대한 미투 폭로는 이혼녀(김씨)의 욕망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안 전 지사가 결혼하자고 했다면 폭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자신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A의 폭로에 대해서도 저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는 "이 폭로자는 2년 전 나한테 보낸 편지에서 나를 가장 존경하고 가장 사랑하며 나와 함께 했던 시간이 행복했다고 썼다"면서 "지금 폭로한 것은 정말 피해를 입어서 그랬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교수와 제자 간 존재하는 위계질서로 인해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는 피해자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하 교수는 "오히려 내가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항변했다. 하 교수는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기자와 학생들의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끝까지 답변을 거부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와 문예창작과 학생회 및 재학생·졸업생 연대는 이날 오후 6시 동덕여대 본관 앞에서 '학내 미투운동을 지지하는 동덕인 기자회견'을 열고 하 교수의 기자회견 내용과 학교측의 미진한 대응 등에 대해 규탄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