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못잡는 환율, 美 관세폭탄→北美 정상회담→그 다음은?
방향 못잡는 환율, 美 관세폭탄→北美 정상회담→그 다음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9일 원·달러 환율은 1060원대 후반에서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트린 관세폭탄과 남·북, 북·미 간 해빙 분위기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성격을 판단하기 어려운 재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는 만큼, 이달 중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한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4원 내린 1069.8원에 마감했다. 전장 대비 0.2원 내린 1070.0원에 출발한 환율은 초반만 해도 상승 흐름을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다. 간밤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가 '비둘기(통화완화 선호)적'으로 해석되며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상승 마감했다. 

이에 더해 8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를 제외한 모든 수입 철강재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환율 상승 압력은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무역전쟁 가시화 우려가 높아지면서 위험회피 성향이 부각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분위기는 달라졌다. 개장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5월이 가기전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원·달러 환율은 매도세에 밀려나기 시작했다. 전날 4월말 남북정상회담 조기 개최 합의에 이어 5월 북미정상회담, 북한의 비핵화 의지 등 파격적인 재료들이 줄줄이 시장에 이어지면서 원화 강세(달러 약세)를 견인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4, 5월 정상회담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경우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30bp(1bp=0.01% 포인트) 중반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CDS 프리미엄은 우리 정부가 외국에서 발행하는 외화표시채권에 대한 부도보험료를 말한다. 부도위험이 낮아지면 수치가 내려가는데, 그만큼 헷지비용이 줄어들어 원화가 강세를 띨 수 있다.

최근 시장은 예단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의 관세폭탄, 즉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는 이번주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약세와 강세 양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본적으로 약(弱)달러를 지향하며 보호무역주의를 펼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위험회피 성향을 부각시키는 재료로 소화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실현될 수 있을 지 여부도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북한의 화해 제스처가 핵무기 완성을 위한 '시간끌기용'으로 이용될 여지가 있어 진의를 파악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북한 재료는 남북회담까지 호재로 반영되겠지만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양 방향으로 상충되는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달 말 FOMC 회의까지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에서는 기준금리를 연 1.50∼1.75%로 0.25%포인트 상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 금리가 우리나라(연 1.50%) 보다 높아지는 기준금리 역전현상은 2007년 8월 이후 약 10년 반 만이다.

미국 금리인상은 달러 강세와 신흥국 통화 약세를 부추긴다. 민경원 이코노미스트는 "ECB 회의 결과를 통화정책 속도 차이에 대한 경계감이 부각됐고 2주 뒤 FOMC를 앞두고 강(强)달러 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FOMC의 스탠스가 기존 '비둘기'에서 '중립'으로 넘어가는 것도 매파적으로 해석될 수 있어 1090선 초반까지 상승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원화절상을 관망하던 정부가 지난달 1060원대 레벨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데 따라 그 아래를 뚫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서서히 박스권 하단으로 내려갈 순 있지만 정부가 환율방어를 시사한 상황을 고려하면 그 이하로 내려가긴 어렵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