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강화 시행, 재건축 추진 단지 '강력 반발'
안전진단 강화 시행, 재건축 추진 단지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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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5일부터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시행하자, 재건축 추진 단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열린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반대 집회 모습. (사진=양천발전연대)

주민들 "민의 반영 없어…구체적인 기준도 모호"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조치를 둘러싼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반발이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주차 공간이 턱 없이 부족하거나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단지의 경우 재건축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정부가 충분한 민의 반영 없이 '밀어붙이기식' 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갈등의 불씨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일부터 재건축 안전진단 정상화 방안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안전진단을 새롭게 의뢰하는 단지는 새 기준이 적용된다.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의 골자는 건물 기울기나 침하 등 구조안정성 비중을 기존 20%에서 50%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낡았지만 건물 안전성에 큰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재건축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소방활동 용이성 등의 주거환경 평가항목은 40%에서 15%로 낮췄다. 

다만 국토부는 지난 4일 △구조안전성 △건축마감 및 설비노후도 △비용분석 △주거환경 등 4개의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주거환경' 기준을 조정했다.

노후 아파트의 주차난 등이 심각하다는 반발이 거세지자 '소방활동 용이성' 가중치를 기존 17.5%에서 25%로 높이고, '가구당 주차대수' 항목도 20%에서 25%로 확대하는 방안을 통해 재건축 가능성을 높인 것.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도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항의는 빗발치고 있다. 조정된 방안을 통해 주차·소방 용이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더라도, '구조안전성' 등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머지 항목에서 각각 낮은 점수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사실상 재건축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지난 3일엔 목동 현대백화점 부근에서 정부의 안전진단 강화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 집회엔 목동지역 14개 단지 주민 및 일부 마포성산시영과 노원월계지역 주민들이 참가해, 안전진단 강화의 문제점을 지적함과 동시에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대응 의지를 표출했다.

이들은 조정된 주차 항목도 충족키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토부 발표 내용에 따르면 가구당 주차대수가 0.6대 이하여야 해당 항목에서 최하점수가 가능한데, 대부분의 아파트가 최하점을 받기에 녹록치 않다. 실제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의 경우 가구당 주차대수가 0.6~0.7대로 집계됐다.

양천구 목동의 M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주차공간이 협소할 때 재건축 가능성이 높아진다고는 했지만, 대부분 단지의 가구당 주차대수가 0.6대를 넘어선다"면서 "1가구당 2차량 보유자가 많아 낮은 점수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귀띔했다.

게다가 정부의 급박한 행보에 불만이 쌓인 단지들이 많은 모습이다. 민의를 충분히 수렴할 기간을 거치지 않고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게 대다수의 반응이다.

정부는 통상 20일인 행정예고 기간을 열흘로 줄인 데 이어 이 기간이 끝나자마자 바로 시행에 나섰다. 새 기준 적용을 피하기 위해 안전진단을 서두르려는 단지의 시도를 사전에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양천발전시민연대 관계자는 "공급제한을 통한 단기적인 정책은 결국 지역별 편차를 심화시키는 단발성 정책"이라며 "당초 국토부에서 목동 주민들과의 미팅에서 행정예고 기간 동안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했지만, 그 기간이 너무 짧았다"고 말했다.

이어 "건물 안전에 문제가 있는 단지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서도 단지별 상황을 구체적으로 반영한 재건축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각 환경에 맞춰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면서 "주말에 급하게 조정방안을 내놓은 것도 충분히 갈등의 소지가 될 만하다. 특히 소방활동의 용이성 항목은 주관적인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만큼 구체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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