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이례적' 재신임, 배경은?…"변화보다 안정"
이주열 한은 총재 '이례적' 재신임, 배경은?…"변화보다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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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대내외 경제환경 급변, 정책 연속성 중시
"영광보다는 무거운 책임감 느낀다" 소감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대내외 환경이 변곡점에 있는 만큼 한국은행 신임총재는 '구관이 명관'이라는 결론이 났다. 2일 이주열 현 한국은행 총재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돼 이례적으로 김성환 전 한은 총재 이후 40여년 만에 연임이 이뤄졌다.

물가안정의 최후 보루인 한은의 역할에 대해 청와대는 한은 중립성과 자율성을 인정, 현재와 향후 대내외 시장상황을 감안해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으로한 모양새를 취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 총재를 차기 한은 총재로 내정했다며 "이 총재의 연임은 한은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31일 임기 만료를 앞둔 이 총재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향후 4년간 한은을 한번 더 이끌게 된다. 이 총재의 연임은 2대 김유택 전 총재(1951년 12월18일~1956년 12월12일), 11대 김성환 전 총재(1970년 5월2일~1978년 5월1일)에 이어 세 번째로, 44년만에 처음이다. 

이 총재는 청와대의 내정 이후 1시간여 만에 지명 소감을 발표했다. 이 총재는 "이번에 제가 다시 지명된 것은 저 자신으로써도 큰 영광이긴 하지만 한은으로써도 무척 명예스러운 일"이라며 "중앙은행의 중립성과 그 역할의 중요성이 인정 받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년전에 처음 명을 받았을 때보다 훨씬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잘 아시다시피 우리경제를 둘러싼 여러가지 대내외 여건이 워낙 엄중하기 때문에 책임에 막중함을 절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우리경제가 처해있는 많은 어려움을 헤쳐나가는데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며 앞으로 국회 청문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우선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강원 원주 출신인 이 총재는 원주 대성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한국은행에 입행해 한은 해외조사실장, 조사국장, 정책기획국장, 부총재보, 부총재 등 요직을 거쳐 2014년 한은총재에 오른 39년 정통 '한은맨'으로 평가받는다. 

올 초만해도 이 총재의 연임이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맡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연임 사례가 단 한 차례도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근혜 정권 때 임명된 데다, 초이노믹스(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적극 부응한 금리 인하 정책을 펴 가계부채를 불렸다는 부정적인 일부 평가도 뒤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이 총재의 연임을 결정한 것은 그 만큼 우리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증거로도 해석된다. '전시(戰時)에는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병법의 격언을 실천하며 '안정'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 역전 현실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고질적인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높은 위기 상황에서 혁신인사를 무리하게 발탁하는 것 보다는 능동적이고 대처가 빠른 검증된 인사를 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의 '찰떡 공조'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최근 한은은 기획재정부와 적극 협력해 캐나다, 스위스 등 세계 주요국들과 잇따라 통화스와프를 체결, 외환 방어막을 강화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김 부총리는 취임 후 8개월 동안 5차례나 이 총재와 만나 경제 현안을 논의했다. 

이 총재의 연임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2012년 한은법 개정 이후 청문회를 통과한 첫 번째 인사라는 점에서 이번에도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당시 이 총재는 개인 납세, 병역, 부동산 투지 등의 문제가 없어 청문회 당일 여야 합의로 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번 결정으로 총재 교체기 통화정책 불확실성은 최소화 될 전망이다. 앞서 차기 총재 후보로는 이광주 전 한은 부총재보, 박성용 연세대 명예교수 등이 이 총재와 함께 거론됐었다. 

이 총재를 옆에서 지켜본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한은 정통맨으로 지금까지 무리없이 총재직을 수행해 왔으며 개인적으로 성격도 원만하고 합리적"이라며 "대내외 환경으로 볼 때 향후에도 총재직을 잘 이끌어 나갈 적임자이며 다만 (향후 시장) 불확실성이 너무 커 물가안정, 중립성 등 한은 본연의 목적을 잘 수행해 나가야하는 책임감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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