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삼킨 호반 벌써 '소화불량'…노조와 갈등 고조
대우 삼킨 호반 벌써 '소화불량'…노조와 갈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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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건설 인수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대우건설 노조를 중심으로 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대우건설 본사. (사진=연합뉴스)

'졸속·헐값' 매각 논란…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취소 요구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인수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대우건설 노조를 중심으로 한 갈등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졸속·헐값 매각'이라는 갈등의 불씨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으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취소하라는 주장까지 나오는 모습이다. 곳곳에선 대우건설 매각을 위해 노조와의 갈등 해결이 시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고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했다.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가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당초 호반건설이 내놓은 '지분 분할 인수' 카드가 변수로 작용하면서 대우건설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산업은행은 고심 끝에 이를 허용키로 하며 고비를 넘겼다.

업계에선 산업은행이 대우건설과의 악연을 끝내고 싶은 의지가 강력한 만큼, 늦어도 올 여름께 인수합병(M&A)이 완료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로써 호반건설과 산업은행은 서로 윈윈(Win-Win)하는 관계가 됐다. 호반건설은 시공능력평가 3위인 대우건설을 품게 되면서 해외시장 진출까지 노릴 수 있게 됐으며,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을 털어버림과 동시에 향후 주주 가치가 올라갈 경우 잔여지분(10.75%) 매각 시 추가수익을 올릴 수 있게 돼서다.

문제는 대우건설 측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향한 반발은 나날이 거세지고 있는 분위기다. 건설기업노조 대우건설지부(이하 대우건설 노조)는 산업은행의 매각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당초 매각 관련 공고에서 '전량 매각'이라고 기재돼 있음에도 추후 호반건설의 지분 분할 인수를 받아들인 것은 '특혜'가 아니냐는 주장이다.

특히 대우건설 노조는 매각이 졸속·헐값으로 이뤄졌다면서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 위치한 대우건설 본사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산업은행 측은 "현재 대우건설 주가와 비교했을 때 약 30%의 프리미엄이 붙어있기 때문에 헐값 매각은 아니다"라며 논란을 일축시키려 했지만, 노조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가 호반건설이라서 반대하는 게 아니라 매각 과정이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분할 매각을 적용한 것은 일종의 특혜"라고 말했다.

이어 "매각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노동자이므로 매각 과정을 공개하고, 논리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갈등으로 인한 불안감은 분양시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대우건설이 경기도 과천시 부림동에 선보인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이 1순위 당해지역 마감에 실패한 것.

이 단지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3.3㎡당 평균 2955만원으로 책정돼 '로또 청약'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434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660건의 청약통장이 몰려 평균 1.5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다행히 기타지역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4.88대 1의 경쟁률로 순위 내 마감을 마쳤지만, 당해지역 마감을 하지 못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결과에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체급이 다른 양 사의 통합과 인수전 갈등 심화로 인한 불안감이 예비 청약자들의 심리를 위축시켰을 것이란 얘기다.

한 업계 관게자는 "청약 시점에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 소식이 전해지면서 청약자들의 심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자 곳곳에선 매각 마무리 과정에 앞서 대우건설 노조와의 갈등을 푸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에서 계속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면 직원들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산업은행이 노조를 만나 매각 관련 설명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하루빨리 원만한 합의를 도출해야 향후 주식매매계약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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