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계속 부동산 정책이 나와도 강남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해야 한다며 더 몰려들고 있어요."

최근 서울 강남권 일대 중개업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정부의 계속된 규제에도 불구하고 시장 분위기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현장을 방문해보면 한두 달 새 수억원이 오른 아파트 매물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재건축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른 단지의 경우 대기명단까지 등장했고, 수천만원의 웃돈을 제시하는 매입자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정부 단속도 중개업자와의 숨바꼭질에 그칠 뿐, 뚜렷한 소득이 없는 모양새다. 정부가 시장을 옳게 진단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내렸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며 내놓은 총 7번의 부동산 대책은 오히려 '집값 상승'이라는 부작용만 낳았다. 6.19대책, 8.2대책을 발표하며 시장을 전 방위적으로 압박했지만, 강남권이 끌어올린 서울 집값의 상승세는 매섭기만 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값은 0.39% 올랐고, 잠실주공5단지 등 재건축 단지가 몰려있는 송파구는 1.39% 상승하면서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간 단위로 집계되는 아파트 시세에 '사상 최고·역대 최대치'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여겨질 정도다.

이처럼 잇따른 규제책은 수요자들에게 '강남불패'라는 인식을 더욱 확고히 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규제가 시행되기 전에' 발빠르게 움직이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규제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요자들이 더 늦기 전에 강남권에 입성하겠다고 하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새로운 카드를 준비 중이다. 이번에 거론되고 있는 방안은 '보유세 인상'이다. 대출규제를 통해 돈줄을 옥죄고 다주택자들의 세 부담을 높여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세 부담을 높일수록 임차인의 임대료를 올려 세금을 내면 그만이라는 반응이 대다수인 데다, 현금부자들은 이미 버티기 작전에 돌입한 탓에 보유세 인상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소적이기만 하다.

특히 보유세마저도 안 먹힌다면 더이상 꺼내들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우려를 자아낸다. 함께 거론되고 있는 재건축 연한 연장이라는 방안도 집값 상승을 잠시 미루는 방법일 뿐 뚜렷한 해결책은 아니어서 시장 분위기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정부 역시 겹겹이 쌓은 규제가 집값을 잡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을 참여정부 시절에 대한 학습으로 이미 알고 있다. 때문에 청와대에서도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바로 추가 대책을 일기 쓰듯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부의 잇단 규제가 무조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집값을 안정시키고 서민들의 내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는 처방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내성을 키우는 잦은 대책보다는 시장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고, 그에 맞는 처방을 내놓을 혜안을 갖춰야하는 것이 필수 조건이다. 규제 '헛발질'은 지금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