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해진 초대형IB 경쟁…NH證, '발행어음 2호' 자격증 따나?
시들해진 초대형IB 경쟁…NH證, '발행어음 2호' 자격증 따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사진=서울파이낸스DB

KB證, 인가 신청 자진 철회…'관련 리스크 희석' NH證 유력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정부가 야심차게 도입했던 초대형 투자은행(IB) 시대가 장기 표류할 것이란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초대형IB의 핵심 사업이라 할 수 있는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가 증권사 저마다의 결격 사유가 부각되며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 가장 먼저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한 한국투자증권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지만 초대형IB 시장 초기 환경이 순탄치만은 않다. 

오는 10일 새해 첫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발행어음 인가안이 단독 상정되는 NH투자증권이 '초대형IB 2호'에 이름을 올릴 곳으로 점쳐지고 있다. 대주주 관련 불확실성 등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점에서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무난히 따낼 것이란 전망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 3일 금융위원회에 단기금융업 인가 신청을 철회하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10일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논의가 예정됐던 KB증권에 대한 단기금융업 인가 안건은 심사 대상자의 자진 철회로 상정되지 않는다.

KB증권 측은 "금리 인상 기조 등 시장 상황을 고려해 사업성을 재검토하게 됐다"며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 이유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단기금융업 인가는 초대형IB의 핵심인 할 수 있는 발행어음 사업을 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다. 그럼에도 KB증권이 자진 철회한 것은 지난달에 이어 이번 증선위에서도 인가를 받지 못할 거란 스스로의 판단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KB증권은 옛 현대증권 시절 59조원대 불법 자전거래를 자행하다 금융감독원에 적발, 1개월 영업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여기에 윤경은 대표 등이 계열사인 현대엔엘알의 사모사채 610억원 가량을 인수하고, 또 다른 계열사인 현대유엔아이 유상증자에 200억원을 출자해 대주주 신용공여 금지 규정을 위반, '기관경고'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달 13일 증선위 회의에서 과거 KB증권의 흠결 사례를 들어 발행어음 '불인가' 의견을 냈고, 이를 KB증권 측에 통보했다. KB증권도 이러한 점을 감안해 이번에 발행어음 신청을 번복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장은 아니더라도 KB증권이 상반기 내 발행어음 신청 움직임을 재개할 가능성은 있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제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금융사가 영업정지를 받은 경우, 2년간 신규 사업 인가를 받을 수 없다. 이에 지난 2016년 5월 징계를 받은 KB증권은 2년이 경과하는 오는 5월 초에나 다시 인가를 신청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KB증권 관계자는 "이번에 자진 철회 결정을 내렸지만,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단기금융업 인가를 다시 신청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KB증권이 스스로 발행어음 인가 경쟁에서 발을 빼면서, NH투자증권이 '초대형IB 2호'에 이름을 올릴 유력 증권사로 거론되고 있다. 증선위는 오는 10일 정례회의에서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인가안을 단독으로 상정해 논의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은 그간 발행어음 심사가 지체돼 왔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금감원 채용비리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대주주적격성 문제가 부각된 것이 주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김 회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발행어음 인가에 결격사유가 해소됐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NH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인가에 또 다른 암초로 거론되고 있는 재무건전성 문제에 대해서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NH투자증권의 채무보증 금액은 3조1294억원 수준이다. 여전히 경쟁사 가운데 가장 높지만, 전 분기(3조5560억원)와 견줘서는 12%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4조7589억원) 대비 차지하는 비중도 75% 수준에서 65.8%로 감소했다. 이는 한국투자증권(70.18%)보다 낮은 규모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그간 심사에 암초로 거론됐던 대주주 리스크가 사라지고, 재무건전성 문제도 큰 장애가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번 증선위 회의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초대형IB인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은 발행어음 인가 심사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계속해서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달 15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서면 자료 요청 등 조사 진행으로 발행어음 인가 심사가 보류될 것임을 금융당국으로부터 통보받았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유로에셋투자자문 옵션 투자상품을 불완전판매한 혐의로 금감원으로부터 '기관주의' 징계를 받았고, 지난달 말에는 직원이 거짓 내용으로 투자 권유를 했다가 적발돼 과태료 등의 제재가 내려졌다. 잇단 악재에 홍역을 치르고 있는 미래에셋대우에 대한 발행어음 심사도 장기간 요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 역시 발행어음 인가가 첩첩산중이다. 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절차가 진행중인 사유로 심사가 미뤄진 상태다. 금융당국은 이 부회장이 삼성증권의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지만, 삼성증권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지분을 0.06%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 실질적 대주주로 보고 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