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노브랜드, 홈플러스와 '한 지붕 두 가족'
이마트 노브랜드, 홈플러스와 '한 지붕 두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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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동구 가오동 패션아일랜드 쇼핑몰 지하 1층에는 홈플러스, 2층에는 노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사진=김태희 기자)

냉동·신선식품 중심…대형마트 입점 중소협력사 타격 우려
전국 80여 전문점 운영하지만 "업태 달라 상권 침해 아냐"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이마트가 자체 브랜드(PB) 중 하나인 '노브랜드' 전문점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골목상권은 물론 다른 대형마트가 입점한 쇼핑몰에도 노브랜드 전문점을 열면서 세력을 넓히는 탓에 상권 침해 주장이 나온다.

29일 이마트와 유통업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현재 전국의 노브랜드 전문점은 80개가 넘는다. 2016년 8월 경기 용인시에 보라1호점을 오픈한 뒤 불과 16개월 만이다. 특히 최근 5개월간 40여개를 추가했다. 매월 8개씩 오픈한 셈이다.

출점 상권도 다양하다. 대로변은 물론 지하철역 인근, 사무실 건물, 복합쇼핑몰 등 닥치는 대로 출점하고 있다. 심지어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 있는 이마트 점포를 철수하고, 해당 부지에 노브랜드 전문점을 열기도 했다. 인근에는 현대시장이라는 전통시장이 있지만 이마트 건물이 대규모점포로 등록된 곳이어서 출점 규제를 받지 않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노브랜드가 상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홈플러스가 입점해 있는 대전 동구 가오동의 '패션아일랜드'에 노브랜드가 둥지를 틀었다. 홈플러스는 지하 1층, 노브랜드는 2층에서 장사한다.

8년째 영업을 해온 홈플러스 대전가오점에는 주말이면 하루 평균 4500명이 찾는다. 지난 11월16일 노브랜드 전문점이 문을 열면서 일부 품목 매출에 영향을 받고 있다. 주로 냉동·가공·신선식품이다.

▲ 지난 17일 오후 7시 홈플러스 대전가오점의 계란 30구(5780원) 진열대는 가득 차 있는 반면 노브랜드의 계란 30구(4980원)는 품절된 상태다. (사진=김태희 기자)

홈플러스 대전가오점에서 신선식품을 관리하는 A씨는 "노브랜드 오픈 초기 영향을 많이 받았다. 주로 계란이나 시금치 등 노브랜드에서도 파는 신선식품이 큰 타격을 받았다. 다행히 홈플러스도 특가 행사를 벌여 회복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냉동식품 등 홈플러스에 입점한 브랜드 협력사다. 냉동식품 판매 사원 B씨는 "겨울철은 만두나 우동 등이 성수기다. 예전에는 하루에 50~60개를 팔았지만, 노브랜드가 들어선 이후 하루 10개도 못 팔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마트 측은 상권 침해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이고 노브랜드는 전문점이라는 것이다. 업태가 다르기 때문에 상권 침해란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 이마트는 노브랜드 자체 상품만 팔기 때문에 주변 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노브랜드의 '짜장라면'과 '신라면' 등을 예로 들었다.

▲ 지난 17일 노브랜드 대전가오점에서 손님들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김태희 기자)

하지만 지난 17일 패션아일랜드 지하 1층 홈플러스 대전가오점과 2층 노브랜드 전문점을 직접 찾아가 확인해보니, 소비자들은 노브랜드를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마트로 인식하고 있었다.

김지영(37·여)씨는 "대형마트랑 다를 게 없다. 주로 먹거리를 구입하는데 라면, 과자, 냉동식품, 채소 등이 다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굳이 차이점을 꼽으라면 일반 마트보다 10~30% 정도 가격이 싸다. 창고형 할인마트와 같은 분위기인데 작은 대형마트에 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족과 함께 방문한 송민호(45·남)씨도 "아이들이 노브랜드 초코칩 쿠키를 좋아해 찾았다가 라면과 냄비우동을 함께 집어 들었다. 그동안 홈플러스를 자주 찾았는데, 앞으로 노브랜드로 바꿀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홈플러스와 노브랜드를 모두 이용하겠다는 경우도 있었다. 김진주(35·여)씨는 "노브랜드 오픈 소식에 궁금해서 방문했다. 마트랑 차이점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홈플러스 특가 상품과 노브랜드 가격을 꼼꼼히 비교해봐야 할 것 같다. 노브랜드는 가격이 싼 대신 종류가 다양하지 않고, 홈플러스는 집까지 배송을 해주니까 이점을 잘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 지난 17일 오후 홈플러스 대전가오점의 계산대가 한산하다. (사진=김태희 기자)

유통업계는 이마트가 기존 대형마트 상권을 노리고 노브랜드를 출점하는 데 우려하고 있다. 냉동·가공·신선식품 등 노브랜드의 주력 상품이 대형마트와 겹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노브랜드는 초기 이마트 매장 안에만 있었지만 지금은 전문점으로 분리해 나왔다. 대형마트와 킬링 카테고리가 겹치기 때문에 서로 윈윈(Win-Win)할 수 없는 구조"라며 "기존 롯데마트나 홈플러스가 개척한 상권에 노브랜드가 숟가락을 얹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실제로 롯데마트나 홈플러스 인근에 노브랜드 전문점이 많이 생기고 있다. 대형마트 안에 입점한 제조사나 브랜드 협력사들이 매출 타격을 입는다"면서 "특히 냉동식품은 대부분 중소기업 브랜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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