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숨 가빴던 한 해를 보내며
[홍승희 칼럼] 숨 가빴던 한 해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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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 기자] 촛불혁명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덕에 올해 대통령 선거 예정일이었던 12월 20일은 단지 달력의 빨간 글씨로만 남겨졌다. 이미 1년여가 지났지만 처음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이 들리던 날부터 적폐청산의 기치가 아직 내려가지 못한 오늘까지 참으로 숨 가쁜 역사의 격랑을 온몸으로 체험한 한해였다.

3년간 가라앉은 배와 함께 뻘 속에 묻혀있던 세월호의 비극이 건져 올려졌고 비록 모든 사망자의 유골이 수습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국가가 나서서 노력한 끝에 유족들의 가슴에 맺힌 한이 조금은 풀린 듯하다. 그래서 다시는 그런 집단 참사의 비극이 없기를 빌었지만 아직은 국민 안전을 지킬 시스템에도 구멍이 많아 최근 제천화재에도 수많은 이들이 죽어갔다.

다만 3년 전과 다른 게 있다면 정부가 더 이상 사실을 은폐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철저하지 못한 안전관리에 고개 숙여 사과한다는 것은 적잖은 변화일 듯하다. 소방공무원 증원에도 어깃장을 놓던 제1 야당이 전 정권부터 지속돼 온 적폐의 산물인 건물의 부실 소방관리 등의 책임을 집권 1년도 안된 현 정부에 묻는 좀 어색한 공격은 있었지만 그래도 정부의 태도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제 그 변화된 태도가 실질적인 시스템의 변화와 인력충원 등으로 드러나야 한다. 그러자면 뒤돌아 딴소리 하는 야당에 대해서도 좀 더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 끌어안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어차피 정부 여당의 힘만으로는 힘든 현실을 돌파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

올 한해 이 밖에도 각종 바이러스의 습격-스페인독감 등을 불러오는 인플루엔자, 가축들에게 강한 전염성을 지닌 조류인플루엔자, 목동 인큐베이터 안 신생아들을 덮친 항생제 초내성 바이러스 등이 예년과 마찬가지이거나 뜻밖의 상황으로 닥쳐왔다.

다행히 올 한해 구제역 문제는 잠잠했지만 이대 목동병원에서의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은 그 어떤 경우보다 충격적이었다. 건강한 삶을 위해 찾는, 위생 문제는 안심해도 좋아야 할 병원에서 각종 세균에 감염된 신생아, 그것도 그 어느 곳보다 위생이 중요한 인큐베이터 안에서 비위생적인 병원 관리로 인해 어린 생명들이 단 몇 시간 만에 집단적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연말 가까이에는 재미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슈를 제기하는 이벤트도 있었다. 국제적인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국내 활동가들 30여명이 삼성전자 앞에서 북극곰 복장을 하고 ‘우리의 겨울을 지켜주세요’라는 현수막을 든 채 시위를 벌인 것. 이들의 요구는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을 늘리라는 것.

정부 기관도 아닌 일개 기업 앞에서 이런 시위를 벌인 이유가 흥미롭다. 시간당 거의 1만6천 기가와트의 전력을 소비하는 국내 최대기업이 에너지 정책의 변화에 앞장서라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경쟁하고 있는 애플은 지난 2010년 그린피스의 같은 시위에 반응해 2011년부터 100% 재생가능 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한 에너지 정책의 변화를 시작했고 올해 이미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96%를 재생가능 에너지로 바꿨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에 반해 삼성전자는 아직 1% 미만을 재생가능 에너지로 대체했을 뿐이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이제 정부가 먼저 무엇을 하고 이끌어 가는 시대가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이 정부의 정책을 선도해 나가는 시절인 만큼 환경단체들이 이들 기업들에게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다.

올해는 그야말로 격동의 한해였다. 그 중에는 특권계급 생산 시스템의 하나로 꼽히는 자사고와 특목고의 입학 시험일을 내년부터 일반고교와 같은 날로 하도록 함으로써 자사고와 특목고 입학을 위한 과도한 시험경쟁에 제동을 거는 등 교육제도에도 변화의 손길이 미쳤다.

문제는 소방관들의 숫자가 모자라 화재현장에서 죽을 고생을 하고도 비난 받는 현상처럼 아이들 교육내용을 충실히 하기 위해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교사들은 각종 잡무에 쫓겨 가르치는 일에 소홀해지는 본말전도의 상황에서 끙끙거린다.

이익이 목표일 수 없는 여러 부문에서마저 인력감축을 ‘효율’의 방패로 내걸던 역대 정부들의 악폐 또한 빠르게 청산되어야 올해도 끊이지 않았던 각종 사건`사고를 줄여갈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사람 중심’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2년차가 될 내년부터는 일하는 사람들이 인간으로서의 품위 대신 단지 숫자에 불과해지지 않도록 우리 사회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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