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고급화 전쟁' 시동 걸었다
건설업계, '고급화 전쟁' 시동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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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사들이 수요자 마음을 공략하기 위해 고급화 경쟁에 한창이다. 사진은 현대건설이 수주한 반포주공1단지 투시도. (사진=현대건설)

강남권 재건축 단지, 설계부터 주방용품까지 '명품'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 견인할 것이란 우려 커져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정부의 부동산 대책, 해외 수주 감소 등 수익성 악화에 놓인 건설사들이 생존 전략으로 '고급화'를 내세우고 있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엔 '명품 아파트'라는 명성을 높이기 위해 프리미엄 브랜드를 적용하는가 하면 주방가구 등 인테리어도 해외 고급 브랜드로 꾸미는 모습이다.

지난 9월 총 사업비만 10조원에 이르는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의 시공권을 따낸 현대건설은 자사의 최고급 아파트 브랜드인 '디에이치 클래스트'를 적용키로 했다. '하이엔드'와 '최상급 클래스'라는 의미를 담아 명품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단지 설계도 특화된 아이템을 도입한다. 보이스 홈과 미세먼지 시스템 등 기계 특화와 함께, 단지 안에 840석 규모의 오페라 하우스, 수영장, 실내 아이스링크까지 조성한다. 

올 10월 한신4지구 재건축을 수주한 GS건설은 단지명을 '신반포메이플자이'로 짓고 자이만의 특화설계를 선보일 예정이다. 피어나는 꽃을 형성화한 랜드마크동과 최상층 두 개의 랜드마크 동을 연결하는 스카이 커뮤니티, 자이 클린 에어 시스템 등이 적용된다.

또 캐나다의 밴프국립공원을 배경으로 해 조경을 꾸미고, 삼성물산 에버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다채로운 수변공간을 조성, 입주민의 편의를 높이겠다는 포부다.

같은 기간 잠실 미성·크로바의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된 롯데건설은 자사의 아파트 브랜드 '롯데캐슬'을 뛰어넘는 '하이엔드(high end)'격 신규 주택 브랜드를 적용할 방침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이르면 내년 초 론칭해 호텔처럼 다양한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단지 설계는 세계적인 건축가 마크맥을 비롯해 아트디렉터 김백선, 조경학 스튜디오와 손잡고 진행한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고급화 전략은 주방가구와 욕실이다. 건설사들이 단지 설계와 조경시설, 입주민 서비스 외에도 수입 가구를 들여오며 주부들의 마음을 공략하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분양한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는 주방가구로 독일의 최고급 주방가구 브랜드인 포겐폴과 노빌리아를 선택했다. 생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고급 가구 브랜드임에도 대량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정해진 기간에 차질없이 도입할 수 있고, 품질이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포주공1단지'와 '용산 센트럴 파크 해링턴 스퀘어'는 이탈리아의 명품 주방가구 생산업체인 보피와 손잡는다. 보피는 위생가구와 조명기구 등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공정의 80% 이상을 수작업으로 하는 최상의 제품을 내놓는 회사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이 밖에도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는 릭실, 그로헤 등 브랜드를 통해 호텔 욕실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명품 욕조를 시공할 예정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반포주공1단지를 비교대상 없는 명품 단지로 만들기 위해 설계, 주차장, 가구들까지 고급 호텔급으로 조성키로 했다"면서 "그만큼 입주민들이 사는 동안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고급화를 추구하는 것은 좋지만 이로 인해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고급 설계, 가구를 적용한 단지들은 올해 가장 비싸게 분양된 아파트 단지 10곳 안에 이름을 올렸다.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4750만원에 달했고, △신반포 센트럴 자이(4250만원)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4160만원) △방배아트자이(3798만원) △용산 센트럴 파크 해링턴 스퀘어(3630만원) △서초 센트럴 아이파크(3220만원)순으로 분양가가 비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급 설계와 가구를 도입하면 분양가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강남권 고분양가 단지들은 서울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내년에도 서울 지역 분양가를 견인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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