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도 은행예금 회전율 '30년 9개월 來 최저', 왜?
저금리에도 은행예금 회전율 '30년 9개월 來 최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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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체들 마땅한 투자처 못찾아…10일 간의 황금연휴 맞물려

[서울파이낸스 손지혜 기자] 가계나 기업이 쉽게 인출할 수 있는 돈을 은행에 예치만 하고 좀처럼 꺼내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주체들이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상황에 열흘에 걸친 장기 연휴가 겹친 탓이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예금은행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16.5회로 집계됐다. 이는 16.3회를 기록한 1987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예금 지급액을 예금 잔액으로 나눈 값이다. 회전율이 낮을수록 경제 주체들이 돈을 인출해 쓰기보다 예금을 은행에 예치한 채로 두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낮아지는 추세다. 2010년 12월 39.5회로 40회에 육박했지만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4년 12월(31.3회)을 마지막으로 30회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했고 지난해 9월(19.6회)에는 20회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후 소폭 올라 올해 3월 20.8회로 상승했으나 8월 19.0회, 9월 19.1회에서 10월 들어 뚝 떨어졌다.

10월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급락한 이유는 뭘까? 이론상으로는 금리를 낮추면 은행 예금 대신 소비와 투자가 늘어 경기가 활성화돼야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것이다. 저금리에도 예금은행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통화정책이 제대로 먹혀 들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한은은 10월 초 열흘간의 황금연휴로 영업일 수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경제 주체들이 투자나 소비를 꺼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가계와 기업 모두 투자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 돈을 인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화폐 유통속도도 수년간 최저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폐 유통속도는 일정 기간 돈의 주인이 몇번 바뀌었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다.

돈이 제대로 돌지 않으면 통화정책의 제약이 발생하게 되는데, 최근 주요국들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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