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vs 마트노조, 주35시간 근무제 '갑론을박'
신세계 vs 마트노조, 주35시간 근무제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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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트산업 노동조합원들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소공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태희 기자)

"임금 하락 없는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꼼수" 평행선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신세계그룹과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을 두고 진실게임이 펼쳐진 모양새다. 

지난 8일 신세계그룹은 내년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루 1시간씩 일하는 시간을 줄여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게 뼈대다. 근무시간 단축으로 업무강도가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는 이마트 폐점시간을 자정에서 오후 11시로 1시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트노조는 주 35시간 근무제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과 다를 게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현장 노동자들의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여 연간 500억원 가까운 임금을 아끼려는 꼼수라며 반발했다.

마트노조는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문제로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심야수당 절감 △업무강도 강화로 인한 산업재해 등을 꼽았다.

◇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기준 해석 차이

▲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이마트 무기계약직 사원의 최저시급과 정부가 지정한 최저임금 변화 추이. (자료=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주 40시간(월 209시간) 일하는 노동자들의 월급을 최소 209만원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세계그룹이 내년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할 경우, 2020년 최저시급 1만원 시대에도 이마트 직원들의 월급은 183만원에 머물 수 있다. 주 40시간 일할 때보다 월급 26만원, 연봉 312만원을 덜 받는 셈이다. 마트노조는 이를 지적하는 '항의서한'을 지난 12일 신세계그룹에 전달했다.

이마트 본사는 마트노조의 '억측'이라고 주장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매년 노사 합의를 거쳐 임금을 결정하는데 2020년 최저시급이 1만원일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른다. 부정적인 가정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마트노조는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4년간 최저임금과 이마트의 최저시급 비교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를 보면 이마트는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 인상률만큼 최저시급을 올려왔다.

전수찬 마트노조 이마트지부(이마트노조) 위원장은 "지금까지 이마트는 최저임금 수준으로 최저시급을 책정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억측이라고 매도하며 임금 삭감의 심각성을 '말장난'으로 치부했다"며 울분을 삼켰다. 그는 이어 "2020년이든 2019년이든 시점이 중요한 게 아니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됐을 때 결국 주 40시간 일하는 근로자보다 우리는 덜 받을 수밖에 없는 제도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교섭권을 가진 '한국노총 산하 전국이마트노조'와 협상해 내년 임금 10% 인상을 결정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16.4%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이마트 무기계약직의 통상 월급은 올해 145만원에서 내년 158만2000원으로 오른다.

◇ 근로시간 줄지만 임금 하향평준화 우려

▲ 연도 및 근로시간별 최저임금과 이마트의 월급 차이. 빨간 부분은 신세계그룹의 주장, 파란 부분은 노조 주장. 이마트 근로자들은 최저임금보다 약 7% 가량 높은 임금을 받아왔지만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받게 된다. (자료=마트산업 노동조합)

주 35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 월 소정근로시간은 현재 209시간에서 183시간으로 준다. 문제는 인상된 월급 158만2000원을 시급으로 비교했을 경우, 그 차이를 신세계그룹과 마트노조가 서로 달리 해석한다는 점이다.

신세계그룹은 주 35시간 근무제를 두고 '임금 하락 없는 근로시간 단축'이라고 강조했다. 그 근거가 월급 158만2000원을 소정근로 183시간으로 나누었을 때(표의 빨간 부분) 시급 8644원이다. 신세계그룹 설명처럼 정부가 정한 최저시급(7530원)으로 월 209시간 일한만큼 임금이 책정됐으니 틀린 건 아니다.

그러나 이를 주 40시간 일할 때와 비교하면 상황은 역전된다. 월급 158만2000원을 209시간으로 계산해보니 시급은 7569원(표의 파란 부분)에 머문다. 최저임금 수준인 셈이다.

올해와 비교하면 더 명확해진다. 현재 이마트 무기계약직은 최저시급 6470원보다 468원 많은 6938원을 받고 있다. 월 최저임금과 차이는 9만7770원으로 7.2% 높다. 하지만 내년 월급은 최저임과 차이가 8230원으로 0.5%에 불과하다.

결국 최저임금보다 많이 줬던 월급 7%를 깎아내고, 최저임금 인상을 반영한 10%를 주 35시간 근무제로 묻어버린 꼴이라는 게 이마트노조의 주장이다.

이를 두고 마트노조는 임금의 '하향평준화'라고 주장한다. 김기완 마트노조 위원장은 "신세계그룹은 근로자 임금을 하향평준화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과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엄마나 아빠가 같은 임금을 받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주 35시간 근무제가 시행될 경우 이마트 무기계약직의 시급이 올라도, 월급은 최저임금과 큰 차이가 없다"면서 "이는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기 위한 꼼수"라고 꼬집었다.

◇ 돈 있어야 일·가정 양립, '진정성' 없다

신세계의 주장대로 이마트 무기계약직은 183시간 일하고도 209시간 최저임금 수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정작 이마트노조는 기뻐하지 않았다. 이마트 경쟁업체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노조도 거들었다.

마트노조는 신세계그룹의 주 35시 근무제 발표에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생계유지를 위해 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마트 노동자들은 결국 통장에 입금되는 총 임금이 올라야 '먹고 살만하다'는 주장이다.

전 위원장은 "초점은 마트 노동자 대부분 생계유지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일과 가정의 양립도 돈이 있어야 한다. 심야수당을 받기 위해 밤늦게까지 일하거나 8시간 근로를 부러워하는 파트타임 직원들이 있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정미화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서울본부장은 "현재 단시간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을 6시간 8시간으로 늘리기 위해 홈플러스 본사와 협상 중"이라며 "육아 등의 이유로 단시간근로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생계유지를 위해 근로시간을 늘리고 싶어 한다"고 부연했다.

이마트 폐점시간을 1시간 앞당기는 것에 대해서도 신세계그룹과 노조 입장이 갈린다. 신세계그룹은 업무강도를 낮추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반면 노조는 인건비를 줄이려는 꼼수라고 맞섰다.

◇ "오후 11시 문 닫아도 노동 강도 그대로"

▲ 지난 2016년 8월22일부터 오후 11시 폐점을 결정한 이마트 동인첨점 직원의 심야수당 추이. (자료=마트산업노동조합)

현재 이마트는 오후 12시까지 일하는 경우 '추가시급 0.5(30분)'와 교통비 지원 명목으로 책정된 '시급 1.0(1시간)'을 합쳐 심야수당을 주고 있다. 문제는 오후 11시 폐점으로 인해 심야수당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이마트 동인천점은 지난해 8월22일부터 폐점시간을 자정에서 오후 11시로 앞당겼다. 실제 동인천점 무기계약직 사원의 급여명세서를 살펴보니, 올해 1~9월 심야수당은 44만6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9만2130원과 견줘 105만1530원이나 줄었다.

전 위원장은 "심야에 일하는 직원은 부서별로 1명씩이다. 각 점포의 마감조를 30~40명으로 봤을 때 전체 5000여명에 달한다"며 "오후 11시부터 자정까지는 매출이 거의 없어 인건비를 줄이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마트노조는 하루 7시간 근무로 인해 오히려 노동 강도가 높아지고, 산재로 직결된다고 주장했다. 롯데마트노조도 거들었다. 이현숙 마트노조 롯데지부 사무국장은 "롯데마트 직원 8000여명은 이미 하루 7시간 일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설명처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다면 롯데마트 직원들의 행복지수는 높아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근로시간 단축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인력충원 없이 근로시간 단축을 논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며 "대형마트는 항상 인력이 부족하다.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고 남아서 공짜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게 우선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마트노조에 따르면, 이마트 직원 수는 2015년 12월 2만8178명에서 올해 11월 2만5779명으로 줄었다. 2년 사이 2399명이나 감축된 것. 이마트노조 관계자는 "업무총량은 정해져 있다. 급격한 인력감축으로 지금도 노동 강도가 센 편"이라며, "회사는 오후 3시~9시를 고객 집중 응대시간으로 강조하는데, 주 35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 오픈·마감조가 함께 근무하는 시간은 1~2시간에 불과하다. 업무강도가 세질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마트 관계자는 "노동 강도가 강화되는 부분은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는 방식으로 차후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 35시간 근무제에 따른 인력충원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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