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괴한' 현금 인출...은행 '당혹속 긴장'
'해괴한' 현금 인출...은행 '당혹속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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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주인은 부산에, 인출은 분당·평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신종 금융사기 가능성 
"또 다른 피해자 나오기전에 의문풀릴 지"

[서울파이낸스 이광호 기자]<lkhhtl@seoulfn.com>부산에서 해괴한 현금인출사고가 잇달아 발생, 피해자와 경찰은 물론 금융권까지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혹여나, 은행측의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하고 해당은행은 내심으로는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럴 경우, 은행이 입게 될 타격이 작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14일 부산의 유력일간지 '부산일보'가 이같은 현금인출사고가 발생했다며, 상세히 보도했다. 신문의 보도를 요약하면 이렇다.

<부산 남구에 사는 허모(23)씨는 며칠 전 날벼락 같은 일을 당했다. 지난 10일 오후 9시59분 부산에서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던 시각,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미금지하철역 K은행 지점에서 자신의 계좌에 있던 99만원이 빠져나간 것.
허씨는 친구들과의 1차 술자리가 파한 10일 오후 12시께, 그리고 현금을 인출하려다만 다음날 오전 2시께 두 차례나 지갑에 든 은행 현금인출카드를 확인했다.
신규발급받은 뒤 한 번도 분실한 적이 없는 체크카드였고 비밀번호 또한 자신과 아무 관련이 없는 숫자인 데다 몇 년간 사귄 여자친구도, 부모도 모를 만큼 보안을 유지했다.  
허씨는 11일 오전 11시께 돈을 뽑으러 갔다 통장에 잔고가 없는 것을 확인, 은행에 신고해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은행 CCTV상으로는 모자를 쓴 사람이 얼굴을 가리고 입 부분만 드러낸 채 돈을 인출해 갔다.
허씨가 이 황당한 사건을 경찰에 알렸던 날인 11일 오전 부산 남부경찰서에 유사한 피해 사례가 또 한 건 접수됐다. 역시, 부산 남구에 살고 있는 A씨의 통장에서도 10일과 11일 이틀 사이에 누군가 경기도 안양시 평촌지하철역 H은행 지점에서 은행카드로 10차례에 걸쳐 910만원을 인출해 간 것. 피해 발생 날짜도 같았고 경기도에 있는 지하철역 은행 지점에서 인출해 간 사실도 같았다.>
 
신문은 두 은행에서 같은 날 동시에 전산 오류가 났다고 보기에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금까지 신용카드를 복제한 금융 사고는 수차례 있었지만, 이번처럼 은행카드로 현금인출기에서 비밀번호까지 입력해 인출해간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금융업계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당혹해 하고 있다는 것. 
 
경찰은 "'카드 복제'이거나 '전산 오류'이거나 '본인이 인출한 뒤 기억을 못 하는 것'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면서도 "경찰로서도 미스터리한 사건이어서 신종 금융 사기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경찰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반면, 은행에서는 "그럴 리가 없다"며 사고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K은행 관계자는 "복제된 카드는 현금인출기에서 전혀 인식되지 않으며 비밀번호까지 알았다는 건 본인이나 지인의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은행이 조사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피해자인 허씨는 "내 카드로 내가 돈을 인출하는데 왜 분당까지 가서 돈을 뽑을 것이며, 얼굴은 또 왜 가리겠는가. 잠이 든 오전 5시부터 10시까지 5시간 사이 누군가 카드를 훔쳐가 분당에서 돈을 뽑은 뒤 다시 가져다놓았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은행 측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는 것.
 
금융감독원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식당이나 주유소 등에서 카드가 복제됐을 가능성은 있지만 비밀번호까지 유출된 부분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아 조사를 해 볼 방침"이라면서 "이런 경우 카드거래 약관에 근거, 피해 책임을 고객에게 돌리려면 돈을 고객 본인이 인출했다는 것을 카드사(또는 은행)가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은행측과는 다소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이에,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기전에 미스터리가 속시원히 풀릴지 주목되는 가운데, 무엇보다 카드소지자들의 '나 몰래 복제'등에 대한 경각심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이광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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