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우대형 청약통장, 청년 고민 덜어주기엔 '역부족'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 청년 고민 덜어주기엔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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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9일 발표된 '주거복지로드맵' 중 청년층 지원 방안 (자료=국토교통부)

총급여 3000만원↓·무주택 세대주 등 '가입대상' 제한적···청약가점제와도 괴리 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정부가 청년층에 금융지원을 확대하며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을 신설하기로 했지만, 청년들의 주거고민을 덜어주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반 청약통장보다 금리가 높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가입대상이 연소득 30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 무주택 세대주로 제한돼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청년이 적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9일 '사회통합형 주거사다리 구축을 위한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번 로드맵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무주택 서민·실수요자를 위한 주택공급 확대 △생애단계별·소득수준별 맞춤형 주거지원이다.

특히 정부는 청년층의 내집 마련, 전·월세 자금 마련을 돕기 위해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내놨다. 일반 청약통장보다 금리를 높여 청년들이 목돈을 좀 더 수월하게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청년 우대 청약통장은 연간 600만원 한도로 가입기간에 따라 최고 3.3%의 금리가 적용된다. 이는 일반 청약저축통장 금리(1.8%)의 2배 수준이다.

기간별로 보면 1년 이하는 2.5%의 금리가 적용되고, 1~2년은 3.0%, 2~10년은 3.3%다. 10년 이후엔 일반 청약저축금리와 같은 1.8%가 적용된다.

비과세 혜택도 선보인다. 오는 2019년부터는 2년 이상 청약통장을 유지할 경우 이자소득 500만원까지 비과세되며, 현행 청약저축과 동일한 수준으로 연간 납입한도 240만원 범위 내에서 40%까지 소득공제(최대 96만원) 된다.

금융혜택만 보면 청년들에게 매력이 상당하지만, 문제는 '가입대상'이다.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에 가입하기 위해선 만 29세 이하이며, 총급여 3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근로소득자)여야 하는데,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청년들이 상당수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전문가들은 총급여 3000만원(월 250만원) 이하로 제한된 소득기준 범위를 좀 더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저소득층 청년들이 대상이긴 하지만, 웬만한 중견기업이나 규모가 좀 큰 기업에 다니는 청년들은 청약통장을 만들 수 없어서다.

▲ 지난해 기준 기업규모별 산업별 소득분포 (자료=통계청)

실제 통계청의 지난해 기준 기업규모별 소득 분포를 보면, 전체 기업의 평균 소득은 월 281만원으로, 가입대상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대기업은 월평균 474만원, 비영리기업은 308만원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심지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대학생들은 근로소득자가 아니어서 가입대상에서 제외된다.

게다가 무주택 세대주라는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선 세대주를 변경하거나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서 살아야 하는데, 3000만원 이하 연봉을 받는 청년들은 독립된 생활이 쉽지 않다.

부동산O2O플랫폼을 제공하는 다방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열평 남짓한 원룸(33㎡ 이하)의 평균 전셋값은 8903만원에 달한다. 월세로 계약한다고 해도 보증금이 1365만원, 월임대료 43만원이어서 생활하기가 빠듯하다.

무엇보다도 청년 우대 청약통장은 지난 10월부터 시행된 '100% 청약가점제'와 톱니바퀴가 어긋나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전용 85㎡ 미만 주택에 적용되는 청약가점제 제도는 무주택 기간이 길고 부양가족이 많아야 가점이 높아지는 구조여서 청년 우대 청약통장 가입대상과 괴리감이 크다는 설명이다.

청약가점제는 84점 만점으로, 부양가족(35점)과 무주택기간(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순으로 비중이 높다. 특히 '무주택기간' 항목은 만 30세 이후부터 1년마다 2점이 가점되기 때문에 만 29세 이하 청년이 10년 동안 무주택 세대주로 살아도 무주택기간 가점은 만 30세가 되기 전까지는 0점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청년들 중 상당수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정부가 청년들의 내집 마련보다는 단순히 목돈 만들기를 도와주고자 하는 시각에서 접근한 것 같다"면서 "내년에 이 청약통장을 신설하기 위해선 세부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 부동산학 교수는 "이번 주거복지 로드맵은 청년층과 신혼부부에 신경을 많이 썼지만,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은 가입대상이 제한적인 데다 청약가점제와도 맞지 않아 청약을 목적으로 하는 '청약통장'으로서의 구실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때문에 일각에선 젊은층도 청약당첨이 될 수 있도록 청약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 교수는 "청약시장에서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가점제가 일괄적으로 적용되면서 젊은층이 피해를 입는 경우도 생겼다"면서 "수요층에 따라 기준을 차별화하는 등의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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