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값 공방..."타는 속에 기름 붓나?"
기름 값 공방..."타는 속에 기름 붓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경부-정유사, 책임 떠넘기기식 논쟁
네티즌들 "한 통속...세금부터 낮춰라"
"관세인하, 애초부터 '생색내기용' 비난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재경부와 정유업계가 벌이는 기름 값 책임 공방을 바라 보는 서민들이 "타는 속에 기름까지 붓느냐"며 양 쪽을 싸잡아 성토하고 나섰다. 

'유류세 인하' 요구에 시달려온 정부가 정유사를 상대로 반격에 나섰다가, 되레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은 형국이 마치 집 값 앙등이 일부 언론을 포함한 투기세력때문이라고 몰아부쳤다가 그 보다 더한 후폭풍에 시달렸던 '부동산 정책혼선'을 다시 보는 듯하다.
 
문제의 발단은 최근 폭등하고 있는 기름값 문제와 관련 재경부가 11일 '원유 및 휘발유 등 석유제품에 대한 할당관세 운용계획'을 발표하는 장소에서 비롯됐다.
재경부가 관세정책을 발표하면서 '휘발유 유통마진 추이'라는 자료를 첨부한 것이 화근이 다. 대한석유공사가 분석한 것이라고 돼 있는 첨부자료의 골자는 올해 휘발유 가격 상승분 가운데 69%가 정유사의 정제마진 확대에서 발생했다는 것.
소비자판매가격이 1415원에서 1438원으로 123원 오른 것의 원인을 따져보면, 원유도입가 인상분 36원과 유류세 인상분 11원, 정유사 정제마진 85원으로 구성된다는 것으로, 결국 작년말부터 주유소 휘발유가격을 올린 주범은 정유사라는 논리다

재경부는 "많은 사람들이 기름값 상승의 원인을 유류세 증가로 돌리는데, 실제로 올들어 단위 판매량 대비 유류세는 큰 변화가 없었다"며 "유류세를 구성하는 부가가치세, 교통세, 지방주행세, 교육세 가운데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세목은 종량세여서 유가 변동과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경부의 설명대로라면, 기름값 상승은 유류세때문보다는 정유업계의 지나친 '이익남기기'때문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같은 재경부의 발표에 대해 정유업계가 발끈하면서,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정유업계는 "원유로 만든 석유제품 가운데 휘발유는 10%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중유, 벙커C유 등"이라며 "휘발유에서 마진이 생겨도 중유나 벙커C유에서는 역마진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휘발유만 놓고 정제마진 확대를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
  
일부 언론이 정유업계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은 채, 재경부의 자료만을 근거로 '휘발유 값 상승분 69% 정유사 마진'이라고 보도하면서, 재경부와 정유사들간 휘발유 유통마진을 놓고 정면 충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 된 것.   
 
정유사 관계자들은 심지어 "재경부가 이런 정황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 원유가격과 휘발유값을 비교해 가며 정유사들을 압박하고 있는것은 이해가 안된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뭔가 찔리는 게 있는지, 아니면, 어설픈 자료였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인지, 재경부는 다시 삭연찮은 논리로 한 발짝 물러 섰다.. 
재경부 관계자는 "자료에서는 '정제마진'이라고 표현했지만, 다양한 비용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브리핑에서 설명을 했는데 일부 언론들이 이를 무시하고 기사를 쓴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일부 매체에서 '휘발유값 상승분 69%는 정유사 마진' 등으로 보도한 것은 재경부의 의도를 잘못 이해한 결과라는 것. 이번엔 언론 탓이 돼 버린 셈. 

문제는 재경부가 기름 값 상승의 책임을 정유사들에게 덤터기 씌우려 했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사실, 이날 재경부가 한 브리핑 내용의 핵심은 휘발유나 경유를 외국에서 사들여오는 수입업자에게 부과하는 관세를 현행 5%에서 3%로 낮추겠다는 것. 석유수입업자들의 가격경쟁력을 회복시켜 국내 석유제품 시장에서 경쟁이 살아나도록 함으로써 기름값을 낮춰 보겠다는 구상이다. 물론, 그 배경에는 국내 정유사들의 과점이 휘발유나 경유의 소비자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그러나, 재경부의 이같은 정책 구상에 대해 정유업계는 물론, 관련정부 부처인 산자부도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었다. 특히, 공정위까지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실제로, 7월부터 휘발유·경유 등 수입 석유제품에 적용되는 관세율을 2%P 내리기로 한 것은 유류세 인하 요구를 피하기 위한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결국, 관세인하 정책은 재경부만의 생각이였고, 이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어설픈 자료를 들고 나와 정유업계를 자극한 데서 문제가 커진 꼴이 되고 말았다.
 
이같은 저간의 사정을 알고 있기라도 하듯, 문제의 '휘발유 값 상승분의 69%는 정유사 마진'이라는 보도가 나가자 마자, 네티즌들은 정유사와 정부를 싸잡아 비난하고 나섰다. 
 
네티즌들의 주된 주장은 "정유사들도 문제지만 기름 값 상승의 책임을 정유사에게 떠넘기려 하지 말고, 세금을 낮추라"는 것. 일부 네티즌들은 과거 부동산 정책에 대한 책임 공방 당시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책임회피식 떠넘기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실효성이 의문되는 정책, 그리고 책임회피식 '네 탓 공방'으로 얼룩지면서, 정부의 기름 값정책이 과거 실패한 부동산 정책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이상균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경제금융뉴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