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은행의 조건
선진은행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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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nog@seoulfn.com>최근 영국의 금융시장이 국내 금융시장과 유사하다는 진단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속적인 주택가격 상승 및 주택경기 둔화 등에 따른 모기지 대출 부실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 그러나, 금융현상의 유사성과는 달리 부실화 우려에 대한 영국과 국내은행의 대응은 사뭇 대조적이다.

먼저, 국내은행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면 온통 볼멘 소리 뿐이다.
정부의 주택대출 규제로 신용대출과 기업대출을 늘리려 하는데, 금융당국의 경고로 이마저 어렵게 됐다고 국내은행들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은행권의 주장과는 달리 기업대출은 지난달에 이어 이번달에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에게 금융당국의 경고는 수익성 확보 이후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의 주택대출->신용대출->기업대출의 '쏠림현상'에 대한 경고 또한, 은행들에게는 불가피한 현상일 뿐이다.
반면, 그 동안 모기지대출을 통해 높은 수익을 창출해온 영국은행들은 향후 경제적 여파를 고려해 자발적인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최근 금융기관 간 경쟁 격화 및 부동산 경기 둔화 전망에 따른 대출수요 감소 등으로 수익률 악화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 전반의 안정화를 위해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인 모습이다.
국내은행들이 정부의 주택대출 규제 정책으로 '어쩔수 없이' 주택대출을 줄여야 했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실제로, 영국의 각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모기지 대출자 선정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신용카드 발급 기준까지 까다롭게 적용하는 등 전체 소매대출 부문의 부실화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과당경쟁의 소지가 있다며, 연일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 조치를 받고 있는 국내 은행들의 카드영업 전략과는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물론, 국내 금융환경과 영국의 금융환경을 동일 선상에 놓는다는 것은 다소 억지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각 나라의 은행들 모두가 가계부실 확산 우려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엄연히 사조직인 은행들에게 무리한 공공성을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최근 은행장들이 '금융기관'이라는 멍에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낸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외환위기 당시에 국민들의 혈세가 투입된 만큼 공공성이 일정부분 용인돼야 한다는 점은 둘째 치고라도, 은행은 한 나라의 금융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결코 부정할 수 없다.
국내 은행들이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회사'로 불린다 한들 그 역할이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각 시중은행들은 '해외진출을 통한 선진은행으로서의 도약'을 연일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각종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이미지 제고에 많은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에, 더 나아가 영국의 선진은행들처럼 금융기관으로서의 공적 역할에 좀 더 충실해 줄 것을 당부하는 것은 무리한 주문일까.
 
공인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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