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초대형 IB 업권간 불평등 야기…인가 보류해야"
금투업 "24조6천억 모험자본 공급…은행 예금과 달라"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핵심업무인 발행어음 인가를 두고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가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은행권은 발행어음과 IMA(종합투자계좌) 등 초대형 IB업무가 은행 고유 영역을 침범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금투업계는 발행어음이 은행의 예금과는 성격이 다른 금융상품이며, 대규모 자금이 모험자본에 투입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전날 초대형 IB 발행어음 인가 추진이 부적절하다며 이를 보류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은행연합회는 "정부가 초대형 IB에 허용하고자 하는 발행어음과 IMA 업무는 투자은행 업무가 아니라 일반 상업은행의 업무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행어음은 원리금을 보장하고 만기가 1년 이내로 짧아 신생·혁신기업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초대형 IB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데다, 이런 상황에서 발행어음 업무가 인가될 경우 조달된 자금이 당초 취지와는 다른 용도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는 게 은행연합회 측 주장이다.

은행연합회는 또 "초대형 IB에 발행어음과 IMA 업무를 허용하는 것은 라이선스 없이 은행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과 같다"며 "이는 업권간 불평등, 건전성 규제공백, 금산분리 원칙 무력화 등 수많은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어 (정부가) 인가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대형증권사 5곳(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을 초대형 IB로 지정했다. 단 발행어음 업무 인가는 한국투자증권 한 곳으로 제한했다.

오는 13일 열리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업무를 시작할 수 있게된다. 나머지 증권사들은 아직 발행어음 업무 인가 심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다.

그간 유상증자와 합병을 통해 자기자본을 늘리고 관련 인력들을 영입하는 등 초대형 IB 도약을 위해 박차를 가해온 증권사들에 은행권이 찬물을 끼얹자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 은행이 초대형 IB 출범에 제동을 거는 것은 '밥그릇 지키기'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금투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금융투자협회는 바로 반격에 나섰다. 금투협은 "은행과 벤처캐피탈(VC) 중심의 자금공급만으로는 우리경제를 이끌어 나갈 성장잠재력이 큰 혁신형 기업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나 자금공급에 한계가 있다"며 "대출 중심의 은행은 기업의 성장에 따라 과실을 누릴 수 없어 고위험 자금 공급 유인이 부족하다"고 맞받아쳤다.

금투협은 초대형 IB의 발행어음에 대해 은행 상품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금투협은 "초대형 IB 발행어음은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고 수탁 한도가 존재한다"며 "발행사의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된 금융상품이란 점에서 금융기관 파산시 예금자보호가 되는 은행 예금과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5개 증권사가 초대형 IB로 출범할 경우 발행어음을 통해 약 49조2000억원의 자금조달이 가능하고 이 가운데 50%이상을 기업금융 관련자산에 의무 투자를 해야 하므로 24조6000억원이 모험자본 공급 확대로 사용될 것이라는 게 금투협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