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식 시장 역사는 쌀 선물거래라 할 수 있는 미두(米豆)로 거슬러 올라간다. 1896년 일본인이 인천에 세운 미두취인소는 일제 치하 때 조선자본을 수탈하는 곳으로 악용된다. 일본인 중매상이 정보를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선인 투자자가 다수일지라도 투자 게임에서 이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오죽하면 토지수탈은 동양척식주식회사에서, 현금은 미두취인소에서 수탈된다는 말이 나왔을까.

소설가 채만식은 그의 소설 ‘탁류’에서 군산을 무대로 합법적인 노름판이었던 당시의 쌀 거래소인 미두취인소를 들락거리는 한 아버지서부터 그의 딸 초봉의 비극적인 삶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인천에서 시작한 미두취인소는 군산과 부산 등 개항지로 확대됐다.

물론 그 시대에도 조선인 슈퍼 개미는 있었다. 조선인 반복창은 400원의 밑천을 1000배인 40만원으로 불렸다. 현재가치로는 4000만원을 400억원으로 불린 셈이다. 그는 미두신으로 불리며 1년만에 조선 최고의 갑부에 올랐지만 곧 전 재산을 탕진했다.

민족 정론지 개벽은 미두취인소를 ‘피를 빨아먹는 악마 굴이요, 독소’라고 지적했다. 당시 일간지에는 주식 투자를 비관한 조선인의 자살 기사도 보인다.

최근 주식시장이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10월31일 사상 처음으로 종가기준 2500선을 넘은 2550선마저 돌파했다. 올해 들어 상승률은 26.15%로 지난 6년간의 지루한 박스권 장세를 벗어났다. 사상최고의 수출 실적 등이 반영되고 글로벌 경기의 청신호 등 때문이다.

우리 나라 투자자는 주식 보다는 부동산과 예금을 선호하는 투자 성향이 있어 건전한 주식 투자는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통한 소득 증대라는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슈로더가 지난 6월 한 달간 30개국의 2만2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발표한 글로벌 투자자 스터디에서도 한국 투자자는 주식보다는 예금과 부동산을 선호했다.  '내년 가처분소득 계획'에 대한 질문에 한국 투자자의 19%가 '은행에 예금하겠다'고 답했으며, 이어 주택 구입(16%), 증시(주식, 채권, 원자재) 투자(12%) 순이었다. 이는 글로벌 전체 결과와 다른 것으로, 전체 응답자 중에서는 증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23%로 가장 많았으며, 은행예치(16%), 집에 보관(4%), 부채상환(9%) 등의 순이었다.

최근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개인투자자의 증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여전히 묻지마 투자도 우려된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전일대비 754억원 늘어난 8조8575억원으로 집계됐다. 연초대비로는 2조492억원(30.1%) 증가했다. 빚을 내 투자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다.

주식 투자 수익률을 얻기 위해 좀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투자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주식투자는 원금을 잃을 수 있다는 상식에 기반해 자신의 총자산 중 적정 비중을 분산 투자함으로써 리스크를 줄이자. 또한 실적을 기반으로 한 가치주 중심의 투자 자세를 견지하자는 전문가들 조언을 잊지 말자. 개인투자자를 일컫는 ‘개미’가 소위 봉이 아닌, 주식투자를 통해 다른 대체 투자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냈다는 소식을 자주 접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