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1년] 제약업계 깨끗해졌지만 '아직'
[김영란법 1년] 제약업계 깨끗해졌지만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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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기준 높이고 접대비 줄여 자정 노력…영업현장선 여전히 '불법' 리베이트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1년간 제약업계는 자율준수프로그램(CP) 기준을 높이고, 이를 지키지 않은 임직원을 징계하며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왔다.

국내 제약사들은 '윤리 경영'에 주목하며 일제히 CP를 강화했다. CP는 기업이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도입·운영하는 내부 준법 시스템이다. 유한양행은 CP 사전·사후 모니터링을 위해 지난해 9월 전산시스템을 구축했고, 종근당과 JW중외제약은 대표이사를 자율준수관리자로 선임했다. 한미약품은 자율준수관리자를 중심으로 부서별 자율준수위원을 선임해 매월 정기적으로 CP 규정을 점검하고 있다.

종근당과 대웅제약은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 평가에서 CP 등급 최고점인 'AA'를 받았다. 그만큼 내부 단속에 엄격하다. 대웅제약은 올 초 CP 위반자 13명에 대해 감봉 등 징계를 했다. 종근당도 최근 2년간 감봉(10명)과 해고(1명)가 있었다. 일동제약도 규정 위반자 9명에 대한 징계 조처를 취했다.

접대 문화에도 변화가 있었다. 제약사들은 올해 상반기 접대비를 대폭 줄였다. 유한양행은 김영란법 시행 전인 지난해 상반기보다 접대비를 80% 깎았다. 지난해 상반기 접대비(5억2108만원)는 5억원을 훌쩍 넘었지만, 올해 상반기(9703만원)에는 1억원에도 못 미친다. 대웅제약과 동아에스티 역시 각각 73%, 65% 감소했다. 공식 행사 외에는 영업을 대폭 줄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종근당 관계자는 "신제품 발표 행사처럼 의료진 초청이 없을 때는 영업사원들도 별도로 식사를 대접하지 않는다"며 "회사 지침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식사비 상한액을 보수적으로 책정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약사법을 따르면 식사비 한도는 10만원이지만, 일부 제약사는 김영란법에 맞춰 상한액을 3만원으로 낮췄다.

업계에서는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체질 개선에 들어갔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1년이 지나면서 법을 지키려는 분위기가 잡혔다"며 "법에 맞춰 CP도 더 세분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업사원들도 최대한 절제하고 있다"며 "병·의원과 같은 거래처들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 그래픽=서울파이낸스DB

그러나 영업 현장에서는 아직도 불법 리베이트가 이뤄지고 있어 준법경영 정착까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5위권에 들어가는 A 제약사 영업사원 B씨에 따르면, 편법을 통한 '신종 리베이트'가 여전하다. B씨는 "본사에서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확인하면서 직원들을 예의주시하기 때문에 더 조심하고 있다"면서도 "의사 1명과 식사를 했어도 금액이 더 나왔을 경우 2명과 식사했다고 거짓말을 한다"고 실토했다. 다른 상위권 제약사 영업사원도 이를 인정했다.

이처럼 불법 리베이트가 꾸준히 이어지는 이유는 그동안 해오던 관행을 그만두면 다른 회사 영업사원에게 '돈줄'을 뺏긴다는 인식 때문이다. 김영란법만으로 제약사 리베이트 관행이 근절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정부에서는 불법 리베이트를 규제하고 제약산업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한국판 선샤인액트'(K-선샤인액트)를 시행할 예정이다. 미국의 '선샤인액트'를 본뜬 것으로, 제약사가 의료인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경우 해당 내역을 보고서로 작성·보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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