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직격탄 롯데, 유통사업 미래전망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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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상반기 호텔롯데의 영업실적 추이. 호텔롯데는 면세점 사업 의존도가 높다. (자료=전자공시시스템)

면세점 운영 호텔롯데 상반기 영업손실 900억원
마트, 중국점포 팔고 동남아지역 주력하면 '호재'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창립 50주년을 맞은 롯데그룹의 유통사업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부지 제공에 따른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보복에 휘청거리고 있다. 호텔롯데의 주력 사업인 면세점의 실적은 곤두박질쳤고, 롯데마트는 투자를 이어오던 중국에서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18일 유통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중국의 사드 보복은 롯데면세점에 악재, 롯데마트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확인해보니, 롯데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롯데는 올해 상반기 900억4200만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호텔롯데는 상장을 준비하던 지난해 상반기 1587억6300만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해 적자로 돌아섰다.

올 상반기 호텔롯데의 적자전환은 롯데면세점의 실적 부진 탓이다. 호텔롯데는 호텔·면세점·월드·리조트·골프장 등 5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총 매출의 85%를 면세점이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게다가 호텔·월드·골프장 사업의 손실을 면세점이 메우던 상황이어서 더 뼈아프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3월부터 본격화된 중국 정부의 보복이다. '한국 관광 금지령'을 내리면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급감하자 롯데면세점의 실적은 손쓸 도리 없이 나빠졌다. 상반기 기준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2325억7500만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올해는 96.8%나 준 74억600만원에 그쳤다.

호텔롯데는 롯데면세점의 영업이익이 급감하자 상반기 호텔 777억7600만원, 월드 202억7300만원, 골프장 6억6300만원 등 총 987억1200만원의 영업손실을 상쇄시키지 못했다. 그나마 7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내던 리조트 사업이 12억6400만원으로 늘었다.

상황이 악화되자 롯데면세점은 임대료가 비싼 인천국제공항 매장 철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2015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롯데면세점이 5년간 내야 할 인천공항 임대료는 4조1000억원에 달한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임대료 인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임대료 인하가 불가피할 경우 내년 2월 기준 3000억원의 위약금을 물고 매장을 철수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는 이번 주 안에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사드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 사업이 잘 되고 있었다. 사드로 인한 피해를 기업들이 온전히 떠안고 있는데 적자폭이 너무 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인천공항에서 매장을 철수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인천공항공사와 협의할 수 있는 만큼 다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반면 롯데마트의 중국 사업 철수를 결정한 롯데쇼핑은 향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해외사업부문에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는 롯데쇼핑의 실적을 하락시키는 원인이었다. 롯데쇼핑은 올해 상반기 2946억6900만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롯데마트는 962억6500만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롯데쇼핑 영업이익의 32.7%를 까먹은 꼴이다.

▲ 올해 상반기 롯데쇼핑 사업부문 실적 추이. (자료=전자공시시스템)

마트를 제외한 롯데쇼핑 사업부의 영업이익과 비중은 백화점이 1539억원(52.3%)으로 최고 였다. 이어 △하이마트 976억원(33.1%) △금융 838억원(28.4%) △기타 339억원(11.6%) △편의점 215억원(7.3%)순이다.

롯데마트의 적자는 중국 점포의 영업정지가 원인이다. 롯데마트는 중국에서 총 112개 점포(마트 99개·슈퍼 13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중 87개가 문을 닫은 상태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게 74개, 자진휴업이 13개다. 영업정지를 당한 점포들은 임대료는 물론 직원 임금 70%를 의무적으로 줘야 한다. 지난 6개월간 이렇게 손해를 본 것이 5000억원에 이른다. 올 연말까지 상황이 지속된다면 1조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롯데마트는 중국 내 점포 전체 매각을 결정했다. 매각 주관사로는 미국의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를 선정했다. 현지 점포 112개에 대한 실사도 모두 마친 상태다.

업계에서는 롯데지주가 출범하는 올해 10월 중 매각사와 우선협상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태국 2위 유통업체 CP그룹을 비롯해 최소 5개, 최대 10개 업체가 골드만삭스와 매각 협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의 중국 철수에 대해 증권업계는 호평을 내놓고 있다. 다수의 증권회사들은 롯데쇼핑이 중국 마트 사업에 따른 불확실성을 축소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해외 사업이 중국 철수를 계기로 이익을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마트가 중국 점포 매각을 통해 확보한 돈을 동남아시아에 투자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2분기 실적을 보면 롯데마트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매출이 증가세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서 신선식품에 대한 공동구매, 자체 브랜드(PB) 개발 등에 힘을 쏟고, 베트남에서도 PB 상품을 인근 국가에 수출하는 등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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