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관반민(半官半民)의 역설…퇴직금 모두 챙겨간 김수일 부원장
반관반민(半官半民)의 역설…퇴직금 모두 챙겨간 김수일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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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무원' 신분에 '민간기업' 기준 복리후생…제도보완 필요성 대두

▲ 사진=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전직 국회의원 아들을 특혜 채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결국 실형을 선고받은 김수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의 사표가 전격 수리됐다. 비리에 연루된 불명예 퇴진으로, 사실상 쫓겨난 셈이지만 5000만원대 퇴직금은 이미 전액 수령됐다는 후문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14일 금융위원회는 김수일 부원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최흥식 금감원장의 제청에 의한 것으로 금감원 부원장은 금융위가, 부원장보는 금감원장이 임면권을 행사한다. 앞서 김 부원장을 포함한 금감원 임원 13명은 지난 11일 최 원장 취임 직후 조식 쇄신과 재신임을 묻는 차원에서 일괄사표를 제출했다.

전날 서울남부지법 재판부는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부원장과 이상구 전 금감원 부원장보에 대해 각각 징역 1년과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금융을 검사·감독하는 금감원에서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은 소속 기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금융 신뢰도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김 부원장 등을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남부지법 공보판사는 그러나 "재판부에서 실형을 선고한 것 자체가 김 부원장의 죄를 상당히 중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원장은 채용 비리로 실형을 선고 받았음에도 재판 결과에 상관없이 퇴직금을 모두 받아갔다. 금감원 임원들은 퇴직금을 매년 중간 정산하는 확정기여형(DC형)에 가입하기 때문이다. 최근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부원장의 연봉 중 기본급은 1억5300만원 수준이다. 김 부원장이 2016년 3월부터 부원장보에 임명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단순히 계산해도 매년 1280만원에 가까운 돈이 1년 넘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됐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앞으로 또 다른 간부가 비리를 저지르더라도 결과에 관계없이 퇴직금을 100% 수령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이 지난 2000년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하면서 비리에 연루돼 퇴직한 임직원들에 대한 퇴직금 감액 규정을 삭제해 버렸기 때문이다. 근로자기준법으로 퇴직금을 산정하고 있어 어떤 경우도 퇴직금을 감액해 지급할 수 없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금감원 총무국 관계자는 "퇴직금은 근로자들이 회사를 나간 후 유일한 생활자금이 될 수 있어 근로기준법 등에 의해 전액 지급돼야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공무원들이 금고 이상의 실형을 확정 받거나, 파면되거나, 금품 수수 등의 사유로 해임될 때는 퇴직금을 절반만 받도록 한 공무원연금법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공무원들은 수사나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퇴직수당이 지급정지 상태에 놓인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공무원 퇴직수당 구조가 50%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낸 돈으로, 50%는 공무원 본인이 낸 돈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다 깎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비리를 저지른 공무원의 퇴직금을 국가가 보존해 줄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금융회사에게 금감원은 정부의 행정권을 대행하는 사실상 권력기관이다. 금융회사 검사·감독권이라는 무소불위 권한을 독점해, 높은 도덕성을 요구 받는 '준공무원' 신분이지만 연봉이나 복리후생은 민간기업 기준으로 맞춰져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 '반관반민(半官半民)'인 금감원이 권한에 비해 책임과 규제는 작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비리를 저지르며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한 가운데 모은 재산에는 확실한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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