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최종구·최흥식 투톱체제…금융감독기구 개편 향방은?
[초점] 최종구·최흥식 투톱체제…금융감독기구 개편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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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최흥식 서울시향 대표가 신임 금감원장으로 내정되면서 금융감독 체계개편 논의가 본격화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최 내정자가 국내 금융감독체계 산파 역할을 맡았던 데 더해 정부와 기조를 같이하는 금융감독 체계개편에 대한 소신을 꾸준히 밝혀왔기 때문이다.

다만 최 위원장이 "금융감독기구 개편방식에 대한 합의(컨센서스)를 거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데다 금융감독 체계개편 논의가 그동안 수차례 논의됐지만 항상 '현상유지'로 결론이 났던 만큼 이 같은 관측이 현실화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경험자' 최흥식 기용, '급물살' 탈까? =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금융감독기구 개편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 내건 금융정책, 금융감독,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한다는 금융감독 체계개편 공약의 연장선상에서다.

세부적인 개편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정부는 금융위의 금융정책,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을 먼저 검토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달말 발족한 '금융행정 혁신위원회(TF)'에서 금융위 조직 개편 권고안을 내놓기로 한 데 따라 10월께 구체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안팎에선 내년에 나올 정부 부처 조직개편안에 금융위의 금융정책 권한은 현 기획재정부 또는 재정경제부를 신설해 이관하고, 금융감독 기능은 금감원에 통합시키는 내용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이 담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금융위의 전신인 금감위가 10년 만에 부활하고, 금감위-금감원 일원화 체제로 회귀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과거 금감위 산하 감독기구경영개선팀장을 맡아 흩어져 있던 은행·보험·증권 감독국을 금감원으로 통합한 실무경험이 있는 최 내정자의 취임을 계기로 금융감독 체계개편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 내정자가 그동안 발표한 여러 연구보고서와 기고문을 통해 지속적으로 단일화된 금융감독시스템 개편을 주장해 온 점이 이번 인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맥락이 같다.

특히 2000년 12월 서울대 경제연구소가 발표한 '금융감독제도의 개선방안' 논문에서 공동연구진으로 참여한 최 내정자는 금감위를 금감원의 내부 의결기구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위와 금감원의 통합 방안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석현 금융행정 혁신위원장도 감독체계 개편안과 관계된 인물로 알려졌다"면서 "앞으로 개편안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출범 한다면? = 이같은 감독기구 개편이 현실화 될 경우 금융감독기구의 수장이 한 명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일원화된 금융감독 정책의 혼선을 막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 "금융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하는 것이 위법이라는 주장은 어디까지나 '현행법 상' 그렇다는 얘기"라며 "금감위 설립을 위한 법을 제·개정할 때 (기관장을 겸직할 수 있다고) 얼마든지 명시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과거 금감위 시절에도 기관장은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 한 명이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관측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은 같은 '장관급' 인사"라며 "장·차관 인사 충돌이 있을 때는 관례 상 아랫사람인 '차관급(금감원장)'이 물러나는 게 맞다"고 귀띔했다.

이런 이유로 금감원 내부에서는 금융감독 체계개편에 대한 소식이 들려온 직후부터 금감원장 인선이 늦어질 수 있다는 말이 돌았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정부 부처 개편안이 내년 하반기에나 윤곽을 드러낸다 하더라도, 이번에 취임할 금감원장은 3년 임기를 애초에 보장하지 않는 '시한부'라는 부담감을 안고 시작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금감원에서 소비자보호 기능을 떼어내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설립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되고 있어 감독체계 개편안 적용시점과 맞물려 금감원장이 자연스럽게 금소원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상존하는 감독기구개편 비관론 = 다른 한편, 금융권 일각에서는 현실성 없는 관측일 뿐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현재로선 금융감독체제 개편이 실현될지 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구체적인 추론을 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해당 기관의 기관장인 최 위원장부터가 "어떤 (금융감독 체계개편) 방식이 가장 좋다는 데엔 컨센서스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면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터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은근한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은 잠재적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아직 먼 얘기이긴 하지만,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 금융감독 체계개편이 논의될 가능성이 큰 데, 혹여 더불어민주당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국회 통과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질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여당에서 감독체계 개편안을 확정하지 못할 경우 갈수록 논의가 지지부진해 지면서 또다시 결론을 내지 못하는 국면으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기구 개편은 지난 대선 때마다 주요 이슈로 부각됐지만 항상 현상유지로 결론이 났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는 결코 배제할 수 없는 경우의 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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