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사장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금융기관을 인수한 뒤 운영을 잘해 수익을 내는 것보다는, 애초에 합리적 가격에 사들이는 것이 효율 면에서 낫다."

케이프투자증권이 예상을 뒤엎고 자기자본 2배가 넘는 SK증권을 품은 비결로는 '적정가격론'을 내세운 임태순 사장의 뚝심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그간 중소형 증권사의 인수 주체로 거론될 때마다 역설했던 임 사장의 M&A(인수·합병) 철학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6월 케이프투자증권(당시 LIG투자증권)에 합류한 임 대표는 취임 초기부터 자기자본을 5000억 원까지 늘린다는 목표 하에 기업 확장에 대한 의지를 수차례 천명해 왔다.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세 번의 중소형 증권사의 M&A에서 인수주체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20여년간 크고 작은 M&A를 진두지휘한 임 대표는 증권사 인수에 공격적 행보를 보였지만, 정작 무리한 가격을 내세우며 서두르지는 않았다. 지난해와 올해 하이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인수 경쟁에 참여할 때도 그랬다. 모두 '합리적 가격'에 대한 괴리로 무산됐다.

사실, 이번 SK증권 인수전에서는 이전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케이프증권보다 가격을 더 써낸 인수 경쟁자 큐캐피탈파트너스가 우세할 것으로 점쳐졌다. 앞서 두 곳의 증권사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것도 이러한 비관론에 무게를 실어줬다. M&A 시장에서 관록을 자랑해 온 임 사장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왕왕 나타나기까지 했다.

하지만 임태순호(號)의 케이프증권은 역전을 이뤄냈다. SK증권 본입찰에 참여한 업체 중 자금력 측면에서 다소 밀렸지만, 시너지 효과 등 비(非)가격적 요소를 강조해 높은 점수를 받은 것. M&A 때마다'합리적 가격'을 역설해 온 임 사장의 뚝심과 철학이 빛을 발한 결과였다.

증권사 인수 3수 끝에 SK증권을 품에 안은 임 사장은 "이제 시작"이라며 긴장의 끈을 바짝 죄고 있다. 그는 케이프증권과 SK증권을 합치지 않고 각자의 특장점을 부각하는데 주력할 생각이다. 케이프는 IB 부문을, SK는 PE(사모펀드)와 브로커리지(위탁매매)에 집중, 서로를 보완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몸집 두 배의 회사를 극적으로 품고 자기자본 6000억원대 증권사로 거듭난 케이프증권과 임 대표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