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변동...토론회, 지상중계> '원高' 대비 어떻게 할 것인가
<환율변동...토론회, 지상중계> '원高' 대비 어떻게 할 것인가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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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전, 그러니까 97년 8월까지 우리나라 원/달러 환율은 800원대였다. 그러던 것이 초유의 IMF 체제를 맞으며 이듬 해 1천600원을 오락가락하는 원화 폭락의 시기를 겪었다. 그리고 5년 반이 흐른 현재 1190.30원. 원화 가치가 절반으로 폭락했다 어렵사리 낙폭의 절반 정도 가치를 회복했다.

어찌 보면 김대중 정부 5년의 세월은 원화가치 400원을 되찾기 위한 인고의 세월과 다름 아니다. 이 400원 속에 한국민의 온갖 희로애락이 녹아 있다. 그래도 위기를 감내할 만했던 삼성전자같은 기업은 환율 상승을 밑천 삼아 수출 경쟁력을 확보, 일류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한국경제 구석구석 외국 자본이 둥지를 트는 모습을 멀뚱하니 지켜보는 경험도 했다.

다시 ‘환율’을 주제로 대규모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5년 전과 다른 점이라면 이제는 원화강세를 걱정한다는 것. 16일 오후, 한국경제연구학회와 한국은행이 공동주최한 ‘환율변동과 한국경제–원화강세에 대응한 새로운 성장패러다임 모색’이라는 토론회를 찾아 한국은행 신관 15층 대회의실을 찾았다.

토론자로 참석, 현 상황을 원화강세로 규정하기 어렵다고 한 강원대 이현훈 교수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참석자들은 원화강세 기조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이 교수는 유로화와 엔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화강세 기조가 약했기 때문에 현 수준을 ‘원화강세’로 규정하기 어렵고 앞으로도 그럴 확률이 높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러나 소수 의견이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한국은행 장동구 국제경제팀장은 미국의 쌍둥이(재정, 경상수지) 적자 지속, 유로화 부상, 달러 약세 전망에 따라 원화강세 추이는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전망에 따라 일본이 앞서 경험했던 엔화강세를 살펴봄으로써 우리의 정책 시사점을 도출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1985년 엔/달러 환율 239엔에서 1995년 94엔으로 10년만에 환율이 61% 하락할 때까지 일본경제는 실업률 상승, 물가상승률 둔화를 경험했지만 수출은 오히려 늘어나고 수입은 감소하는 기현상을 나타냈다. 이처럼 경상수지 흑자폭이 확대된 것은 일본 제품의 비가격경쟁력이 세계적으로 높아 수출의 가격탄력성이 낮을 뿐 아니라 엔화강세 기간 중 수입물가가 크게 하락해 물가와 임금상승률이 둔화되는 등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엔화강세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대응도 수출가격 인상에만 국한되지 않고 생산성 제고 및 생산시설 해외 이전 등 제조원가 절감과 내수확대,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등에 힘을 쏟은 결과 수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나친 해외투자 확대 경향으로 생산, 투자, 고용이 모두 불안해지는 ‘산업공동화’ 현상을 낳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내수확대와 금리인하 등의 정책적 대응으로 엔고를 대비했으나 지나친 저금리 정책으로 과잉 유동성이 주식과 자산 가격의 거품을 불렀고 결국 현재의 장기불황을 이끈 큰 원인이 돼버렸다.

이와 같은 엔화강세에서 한국이 얻을 수 있는 정책적 시사점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조화롭게 운용해야 한다는 기초적이지만 중요한 사실. 저금리정책을 장기간 사용하게 되면 자산가격 거품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원高가 진행될 때 수입물가 하락을 통해 국내 물가가 하락할 수 있도록 시장기능을 확충하고 물가관련 제도 역시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

아울러 총수요 확대정책은 기업구조조정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므로 적정선을 찾는 것이 중요하고 원화강세를 기업들이 기술개발 및 생산성 향상의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유도가 필요함과 동시에 원화채권 해외발행 등 원화수출비중을 높일 필요도 있다고 보고서는 제시했다.

다음 발제자로 나선 한국은행 김희식 외환시장팀 과장은 환율상승에 따른 수출 증가 효과와 기업투자 위축 효과 중 어느 것이 더 영향력이 큰가에 대해 분석했다.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 투자 영향력은 경제발전 단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결론. 산업화단계 초기에는 강력한 수출드라이브 정책과 함께 수출증가 효과가 클 수 있지만 산업이 성숙되고 무역과 투자가 자유화되는 경제자유화 단계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약화되는 한편 수출-투자 유인의 폐지로 환율상승이 오히려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완전한 경제자유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과도기이기 때문에 환율상승이 반드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없으며 기업투자 감소로 오히려 지속적인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투자의 동태적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 또는 정책하에서 경제구조와 여건에 맞게 환율이 설정될 때 지속성장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 윤성훈 국제경제팀 과장은 원화강세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를 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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