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투기세력과 '전면전' 선언…전문가들 "예상 뛰어 넘는 수준"
정부, 투기세력과 '전면전' 선언…전문가들 "예상 뛰어 넘는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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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방위 종합대책에 주택가격 하락할 것"
분양시장, 청약수요 급감에 타격 불가피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문재인 정부가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 지정하는 등 초고강도 규제를 내놓으면서 투기와의 전면전을 시작했다. 다주택자와 갭투자를 집값과 주택시장 안정을 교란시키는 '투기세력'으로 규정하고 '발본색원'에 나선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번 대책은 더이상 투기와 주택시장 불법행위를 좌시하지 않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11.3대책에 이어 6.19대책에서도 중강도 수주의 규제가 적용된 만큼 이번엔 고강도 대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던 전문가들도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대책"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2일 발표한 '8.2 부동산대책'에 따라 3일부터 서울 25개 모든 구와 과천,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이중 서울 11개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 △용산 △성동 △노원 △마포 △양천 △영등포 △강서)와 세종시는 추가로 대출 규제 등이 적용되는 투기지역으로 다시 묶인다.

이에 따라 이들지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내려간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고 투기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건수가 세대 당 한 건으로 제한된다.

3억원 이상 주택 구매 시 자금조달 계획과 입주계획 등을 밝히고 추후 증여세 등 탈세나 실거주 여부 등을 확인받는 주택거래신고제 적용을 받는다. 또 재개발 및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조합원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고 정비사업 분양분 재당첨이 5년간 제한된다.

투기 수요로 지목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책도 제시됐다. 주택담보대출을 1건 이상 보유한 세대원은 지역에 상관없이 LTV·DTI 비율이 10%포인트(p)씩 내려가며 관리지역 주택 양도시 양도세율이 2주택자는 최대 50%p, 3주택자 이상은 60%p로 올라간다.

투기과열지구와 청약조정지역에서 청약 1순위 자격을 얻으려면 통장 가입 후 2년이 넘어야 하며 가점제로 당첨된 경우 2년간 가점제 적용이 배제된다. 오피스텔로 투기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인터넷 청약이 도입되고 청약조정지역에서는 투기과열지구와 같이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다.

정부의 전방위 종합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인한 주택시장의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예상하기 어렵다"면서도 당분간 주택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집값 상승의 시발점인 재건축 거래가 금지되고 양도세 요건이 강화됨에 따라 투자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내년 4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그 전에 서둘러 집을 팔려는 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이번 대책은 이전 대책들과 달리 내수 침체 등은 배제하고 오로지 전문가들이 주장했던 내용을 총망라한 종합대책"이라며 "전방위 규제를 통해 투자자들의 손발을 묶어놓은 것은 물론 규제 적용시기를 달리해 투자자들의 관망심리 마저 꺾어 놨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강력한 규제인 만큼 한동안 시장 침체는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내년 4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그 전에 서둘러 집을 팔려는 매물이 늘어나며 가격 조정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도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규제가 나온 만큼 시장은 주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강남권의 재건축 단지와 강북의 재개발 사업지는 이번 조치로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면서 직격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번 대책이 재건축 중 관리처분인가 이후의 물량에 대한 규제인 만큼 사업 초기의 재건축 단지들의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역시 "갭투자·재건축·오피스텔 등 투기적 가수요와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부분에 규제를 가했고 사각지대였던 재개발 조합원 분양권 전매제한도 금지됐다"며 "일정 부분 가격 안정에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청약조정지역 내 주택담보대출과 중도금 대출 보증건수 등을 대폭 제한하면서 분양시장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투기지역의 경우에는 주택담보대출 건수가 종전 인당 1건에서 세대당 1건으로 강화돼 이미 주택담보대출이 1건 있는 경우 2년 내 기존 대출을 상환하지 않으면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지역 내 청약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A건설사 관계자는 "대출 규제 등에 묶여 청약을 못할 경우 경쟁률이 떨어지고 미분양이 날 수도 있다"며 "분양가 상한제가 실제 적용되면 재건축 조합이나 사업 시행자와 분양가 조정에 갈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건설사들은 대책을 살펴보며 향후 분양 일정 조정 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8월 전국에서 분양예정인 아파트는 총 47개단지 2만4610가구(주상복합 포함. 임대아파트 제외)에 달한다.

B건설사 관계자는 "이달 말에 대책이 발표될 것으로 보고 분양 계획을 세웠는데 예상보다 빨리 대책이 나와서 우리도 당혹스러운 상황"이라며 "현재 예정된 물량은 계획대로 진행하고 향후 시장을 보며 일정을 다시 짜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C건설사 관계자도 "현재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시장은 사실상 재껴두고 분양시장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 대책으로 주택공급 위축이 불가피한 만큼 생존 경쟁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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