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롯데마트 서초점 '장보기와 식사 한번에'…첫 주말 '북적'
[르포] 롯데마트 서초점 '장보기와 식사 한번에'…첫 주말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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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롯데마트 서초점을 방문한 고객들이 식품 매장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태희 기자)

"뉴욕 그로서란트 매장보다 종류 다양"…일회용품 사용량 '친환경' 무색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마트로 나들이 나왔어요. 여기서 점심으로 스테이크를 먹고 집에 가선 장본 것들로 저녁을 차릴 생각이에요."

백화점 전문 식당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광경이 대형마트에서 펼쳐졌다. 장을 본 사람들이 서둘러 집에 돌아가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 뭘 먹을지 고민하며 진열대를 둘러보는 모습이었다.

30일 롯데마트 서초점은 사람들로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난 26일 오픈 한 후 처음 맞는 주말이었다.

롯데마트는 서울 서초구 마제스타시티 빌딩 지하1층과 2층에 9425㎡ 규모의 매장을 선보였다. 지하 1층 입구에는 고객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카페 휴게 공간 '어반포레스트'가, 지하 2층에는 식재료를 즉석에서 요리해주는 '그로서란트' 매장이 조성됐다.

그로서란트는 식재료와 음식점을 뜻하는 '그로서리(grocery)'와 '레스토랑(restaurant)'의 합성어다. 재료를 고르고 즉석에서 요리 서비스를 제공 받아 식사까지 할 수 있는 복합공간을 의미한다.

사실 롯데마트는 지난 4월 개점한 영등포구 양평점에서 그로서란트 매장 '스테이크 스테이션'을 처음 선보였다. 정육 판매대에서 고기를 고르면 즉석에서 채소와 함께 스테이크를 구워 제공하는 요리 서비스다.

서초점에서는 그로서란트 매장의 범위를 축산과 수산, 과일까지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매장 명칭은 각각 스테이크·씨푸드·주스 스테이션이다.

주문 방법은 간단했다. 각 매장에서 직접 식재료를 고른 뒤 주문을 하면 대기표와 진동벨을 받을 수 있었다. 조리 비용은 1500원이 추가됐다.

▲ 롯데마트 서초점의 '스테이크 스테이션'. 유리 너머로 직접 고른 고기가 요리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김태희 기자)

모든 스테이션 매장은 직접 조리하는 과정을 볼 수 있도록 오픈돼 있었다. 고객들은 요리 과정을 유리창 너머로 지켜보거나 쇼핑 카트를 끌고 다시 장을 보러 가기도 했다. 진동벨이 울리면 완성된 요리를 갖고 자유롭게 식당에 앉아 먹을 수 있었다.

스테이크 스테이션에서는 부위별 스테이크용 고기를 판매하고 있었다. 한쪽에는 스테이크·머스타드 소스, 라임쥬스, 아스파라거스, 파프리카 등의 부재료도 함께 마련됐다.

씨푸드 스테이션은 보다 종류가 다양했다. 백합과 키조개와 같은 조개류와 살아있는 멍게와 전복, 랍스터, 킹크랩, 대게 등이 있었다. 손질된 장어와 연어는 팩으로 진열돼 있었는데 이 역시 구입한 후 요리로 주문할 수 있었다.

주스 스테이션은 다른 매장보다 더욱 붐볐다. 자몽과 코코넛은 무료로, 오렌지·수박·파인애플은 500원에 착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수박과 파인애플은 일회용 컵에 조각 형태로 담겨 있었고 자몽과 코코넛은 통째로 들고 주문을 하면 됐다. 오렌지의 경우 한 컵에 4개, 한 병에 6개를 구입해야 했고 가격은 한 컵 기준 3900원이었다.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식당가에 오자 130석의 테이블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사람들은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는 자리를 차지하기 서로 눈치껏 줄을 서고 있었다.

식당가 끝에는 놓일 곳 없는 쇼핑카트가 빼곡히 줄지어 있었고 가족과 연인, 친구 등 다양한 형태의 사람들은 음식과 빈 그릇을 들고 분주하게 오갔다. 마치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의 식당가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식당가에서 만난 김 모씨(남·44)는 이날 가족들과 함께 마트를 방문해 참소라 회무침과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김 씨는 "이런 형태의 매장을 뉴욕에서 접해봤는데 여기(롯데마트)가 종류가 훨씬 다양해서 좋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직원들이 아직 익숙지 않은 것 같아 좀 서툴고 (너무 바빠) 서비스가 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남편과 함께 매장을 방문한 이 모씨(여·57)는 자리를 잡기 위해 식당가에 서 있었다. 이 씨는 "저와 남편이 각각 스테이크와 장어구이를 주문하고 20여분을 기다려 음식을 받았다"며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아 앉을 자리가 없다"고 곤란해 했다.

▲ 롯데마트 서초점 식품 매장 식당가의 모습. 손님들이 쇼핑카트를 세울 곳이 없어 복도에 일렬로 세워놓은 모습. (사진=김태희 기자)

식당가에는 롯데마트를 대표하는 '통큰치킨'을 먹는 사람들도 많았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학생 6명은 인근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통큰치킨을 먹기 위해 롯데마트에 들렀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가 선보인 그로서란트 매장은 마케팅에 성공한 것으로 보였다. 고객들은 신기해하면서 요리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고 장을 보기 위해 방문했던 손님들도 분위기에 휩쓸려 식사를 하고 가는 모습이었다.

특히 씨푸드·스테이크 하우스에서 밥을 판매하고 있지 않아 대부분의 사람이 롯데마트 내 입점해 있는 식당에서 요리를 함께 주문해 먹고 있었다. 비빔밥과 우동, 만둣국을 시켜놓고 스테이크와 해산물을 반찬으로 먹는 식이었다.

다만,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식당가에 정수기는 한 대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물을 먹기 위해서도 줄을 서야 했으며 또 다른 정수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대편에 위치한 화장실까지 가야만 했다.

또 스테이션에서 제공되는 요리들은 모두 일회용품에 담아져 나왔다. 나무젓가락과 종이 그릇이 쓰레기통에 쌓였다. 최근 친환경 매장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우는 롯데마트의 마케팅과는 반대되는 모습이었다.

그로서란트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버려지는 일회용품은 늘어났고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들 역시 고객이 붐비는 시간에는 수시로 휴지통을 비워내야만 해 아쉬움을 남겼다.

다음은 롯데마트 서초점 그로서란트 매장의 모습.

▲ 롯데마트 서초점의 '스테이크 스테이션'. 부위별 스테이크가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김태희 기자)
▲ 롯데마트 서초점의 '씨푸드 스테이션'. 해산물을 고르고 1500원을 추가 지불하면 즉석에서 요리로 먹을 수 있다. (사진=김태희 기자)
▲ 롯데마트 서초점의 '주스 스테이션'. 자몽, 코코넛, 오렌지, 파인애플, 수박 등을 고르고 주문하면 즉석에서 주스로 만들어 판매한다. (사진=김태희 기자)
▲ 롯데마트 서초점의 '주스 스테이션'. 착즙 주스를 먹기위해 길게 늘어선 줄. (사진=김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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