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절포' 임종룡의 목멘 이임사…"어려움 남기고 떠나 죄송"
'절절포' 임종룡의 목멘 이임사…"어려움 남기고 떠나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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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4년 공직생활 '유종의 미'…"함께 할 수 있었기에 어려움 극복 가능"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절절포(금융개혁은 절대로 절대로 포기해선 안 된다)' 정신을 강조했던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34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18일 관가를 떠났다.

임 전 위원장은 이날 서울정부청사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 "금융위원장으로서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여러분과 헤어질 시간이 됐다"며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는데 여러분들에게 어려움을 남겨 진심으로 미안하다"며 목이 메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임사 마지막 부분에서도 "이제 34년간의 오랜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게 된다"며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의연한 모습을 잃지 않으며 "상처를 받아 무척 힘든 적도 있었다. 그러한 많은 과정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가족과 같은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금융위 임직원들에게 그간의 공을 돌렸다.

지난 2015년 3월 취임한 임 위원장은 아직 임기가 6개월가량 남아있지만 지난 5월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다. 새 정부가 새로운 위원장과 함께 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위원장은 재직기간 중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 구조조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1998년 외환위기 직후 금융기업구조개혁반장, 2008년 금융위기 때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일하며 '구조조정 전문가'에 이름을 올렸던 만큼 금융권 안팎의 기대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컸다.

결국 임 전 위원장은 지난 4월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과정에서 특유의 뚝심으로 관계부처, 채권은행, 채권자들을 모두 설득하는 데 성공해 파산위기에 몰린 대우조선해양 경영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 지원에 따른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와 함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청산된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방안에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적지 않은 비난도 받았다.

그러면서도 임 전 위원장은 마지막까지 대우조선해양을 챙겼다. 사표를 제출하기 전 마지막 일정으로 경남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직접 방문해 회사 현황과 자구안 이행 상황을 점검했다. 이임식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도 실무자에게 전화해 수주 상황을 점검했다고 한다.

그는 금융개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를 기치로 재직 기간 동안엔 우리은행 민영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자본시장 규제완화 등 굵직한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특히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대출 문턱이 높아진 서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사잇돌대출은 임 전 위원장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임 전 위원장은 이임사에서 "경쟁에서 소외된 계층에 대한 배려 역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가치이며 반드시 감당해야할 소명"이라고 말했다.

취임 당시 흔들림 없는 금융개혁 추진력을 상징했던 아프리카 들소 누우는 이임사에 다시 등장했다. 앞서 임 전 위원장은 "누우들은 사자와 악어들로 많은 희생을 치르지만 결국 이를 극복하고 묵묵히 앞으로 나가 새로운 초원에 도달한다"며 "지금 우리도 힘들고 지치더라도 이를 이겨내야만 시대적 소명인 금융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임 전 위원장은 금융위 임직원들에게 "시장을 향한 모든 정책은 책임이 따른다"고 강조했다. 책임은 마치 정책의 그림자와 같은 것이어서 피할 수도 없고 피해지지도 않는 것이다. 그는 "책임을 감당하는 데 주저하거나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며 "시장이라는 커다란 배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수'와 같은 역할을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새로 부임하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내정자에 대한 덕담도 잊지 않았다. 임 전 위원장은 "최종구 위원장은 뛰어난 리더십으로 금융위를 누구보다 잘 이끌어 주실 것"이라며 "탁월한 경륜과 소신으로 여러분의 헌신을 빛나게 해 주시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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