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초대형IB 시대…'자본 3조' 신한·메리츠 생존 전략은?
[초점] 초대형IB 시대…'자본 3조' 신한·메리츠 생존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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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츠종금증권 사옥(좌)·신한금융투자 사옥(사진= 각 사)

"덩치보다 내실"금융계열사 시너지·강점 분야 집중
신한, IB부문 통합관리메리츠, 종금업·부동산 강화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올 하반기 초대형 투자은행(IB)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한금융투자와 메리츠종금증권 등 중형 증권사들이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금융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발휘하거나 특장점을 부각시켜 향후 초대형IB들과 경쟁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자기자본 4조원을 갖춘 5개 증권사는 지난 7일 '초대형 IB 지정 및 단기금융업 인가' 신청서를 금융위에 제출했다. 통상 금융위의 신사업 인가 심사는 2~3개월가량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증권사의 발행어음 인가 여부는 10월 중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글로벌 IB를 키우기 위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에 한해 단기금융 업무(발행어음)를 허용했다. 당국의 심사를 통과한 회사는 자기자본의 2배 한도 내에서 어음을 발행, 조달한 자금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어 자본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들 5곳의 대형사를 제외한 증권사들에게 초대형IB 시장은 다른 세상이다. 초대형 IB 2단계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와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대형IB 진입 요건인 3조원을 넘어섰지만, 이는 1단계 사업을 시도할 수 있는 정도다.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자기자본 100% 내에서 기업 신용공여가 가능하고, 헤지펀드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지원하는 프라임브로커 업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자본 2배 한도 내 단기금융 업무는 불가능해 자금 조달 측면에서 불리하다.

이에 따라 이들 두 증권사는 조직 개편에 따른 금융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강화하거나, 알짜 사업에 주력하는 등 '차별화'에 방점을 두고 생존 전략을 펼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지난해 7월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3조1000억원으로 늘린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금융계열사 간 매트릭스 조직을 구축했다. 기존 은행과 증권 중심의 기업투자금융(CIB) 부문을 지주사와 보험, 캐피털까지 5곳이 함께하는 그룹&글로벌 투자은행(GIB) 사업 부문으로 확대 개편한 것이다. GIB그룹은 투자 및 상품공급 역량 강화를 통해 자본시장 내 위상을 강화하고 고객가치 제고를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구상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2020프로젝트'와 맞닿아 있다. 조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직후 오는 2020년까지 아시아 리딩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사적 IB 육성을 강조해 왔다. 이를 위해 신한금융투자를 육성해 향후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IB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신한지주가 금융계열사의 IB 부문을 통합 관할하면서 신한금융투자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GIB 사업 부문을 확대 개편함에 따라 지난 6일부터 계열사인 신한생명과 신한캐피탈 IB 인력 30명이 신한금융투자 사옥으로 출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종합투자사업을 영위하게 된 만큼 그룹 내 IB 등 내부 역량을 강화해 향후 초대형IB로의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리츠종금증권도 최근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7480억원 규모의 자본조달에 성공함으로써 자기자본을 3조900억원까지 불려 대형IB 진입 요건을 확보했다. 지난 달 메리츠캐피탈을 100% 자회사로 편입한 데 이은 공격적 자본 확충 행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자기자본이익률(ROE) 15%를 넘나드는 '알짜' 증권사인 만큼 현재의 강점 분야에 주력하며 덩치키우기보다는 내실에 역점을 둔다는 전략이다. 부동산 금융(PF) 분야에서 업계 선두를 수성하고 있는 메리츠종금증권은 향후에도 부동산 시장 네트워크를 활용, 두드러진 수익을 시현할 계획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7월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 소재한 아마존 물류센터 투자에 이어 같은 해 10월 독일 본에 위치한 도이치텔레콤 사옥을 2640억원에 인수했다. 이와 함께 내년 준공 예정인 독일 전자상거래 업체 잘란도의 베를린 신사옥을 2400억원에 사들이며 해외 부동산 투자 확대도 꾀하고 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현재 호수익을 거두고 있는 분야에 주력해 경쟁력을 높일 예정"이라며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보단 현재 잘하고 있는 분야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메리츠증권이 '종합금융업' 라이선스가 만료되는 2020년 내에 자기자본을 4조원대로 불려 초대형IB로의 도약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기자본 2배 한도로 어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초대형 IB 업무는 종금업 라이선스가 끝나는 메리츠증권에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높은 ROE가 유지되면 2020년 내에 4조원을 달성할 수는 있겠지만, 몸집을 더 불리기 위한 회사 차원의 구체적 계획은 없는 상태"라며 "이번 3조원도 선제적으로 달성한 것이기 때문에 4조원을 논하는 건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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