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노동자 죽어나가는데 '강 건너 불구경'
한국타이어, 노동자 죽어나가는데 '강 건너 불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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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물질 중독 등 암 발병으로 인항 사망자 144명
산재 승인률 '0%'
회사 측 "산재협의회 주장일 뿐"

[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이 죽어 나가고 있는데 회사는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5일 고용노동부 산하 산업보건연구원이 한국타이어 의료보험 가입자 중 사고사를 제외한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조사한 결과 1996년부터 현재까지 144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보고되지 않은 확인된 사망 건수만 해도 7~8명 정도 돼 전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가운데 산재신청 비율은 10%대로 매우 낮았고 산재 인정 비율은 0.98%대다. 사실상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산재 승인율은 0%에 가깝다.

연도별로 1996년 93명, 2007년부터 2008년 1년 새 15명, 2008년 이후 36명의 한국타이어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들의 사인은 주로 심근경색·심장질환·뇌출혈 등 돌연사가 대부분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도 있다.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와 유가족들은 이들의 사망원인이 유독성 강한 물질을 취급하는 공장 작업환경을 지목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확한 사인은 미궁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은 데도 한국타이어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생산공장에서 100명이 넘게 노동자가 죽어 나갔는데도 한국타이어 홍보 담당은 사실무근이라고 답변했다.

오히려 그는 노동자 죽음은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측 주장일 뿐 회사와는 관련 없다며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

한국타이어 홍보담당은 "노동자가 죽어 나간다는 소리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처음 듣는 말이다"면서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를 알고 있고 이 협의회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알고 있는데 노동자가 죽어 나간다는 소리는 처음이다. 산재협의회 주장일 뿐이다"고 말했다.

▲ 한국타이어 생산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유해물질 중독과 벤젠 등 발암물질로 1996년부터 현재까지 150명 가까이 사망했다.(사진=다음지도 캡처화면)

◇끊이지 않는 사망사고…원인은?

한국타이어 작업환경은 대한민국 제1의 타이어 생산공장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작업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안전 장구나 방독면 없이 일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발암물질인 벤젠과 톨루엔이 함유된 HV-250 유기용제(시너·솔벤트 등 어떤 물질을 녹일 수 있는 액체상태의 유기화학물질, 휘발성이 강하고 공기 중에 유해가스 형태로 존재)를 장시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창문이 닫혀 있어 유해물질이 배출되지 못하고, 환기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노동자들은 유해물질을 그대로 흡입하고 있다. 산소마스크가 배치되어 있지만 노후가 심해 일반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타이어가 수억원을 환기시설을 마련하겠다는 것도 노동자들을 위한 유해물질 배출을 시설이 아니라 타이어 가류 과정에 필요한 시설을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들 노동자는 산재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1997년부터 현재까지 산재 신청비율은 1%도 안 된다. 산재보험법이 전면 개정된 이후에도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산재 승인 비율은 0.98%에 머물러 있어 사실상 0%다.

유기용제 중독이 뇌심혈관계질환과 인과관계가 불분명해 의학적으로도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는 유기용제 중독에 따른 뇌심혈관계질환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추세다.

박응용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위원장은 "한국타이어가 500억을 들여 설치했다는 환기시설은 노동자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이어 제품생산에 필요한 가류과정에서 기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고무산업계나 세계의학계 등 세계적으로는 유기용제 중독에 따른 뇌심혈관계질환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새정부 사태 해결의지 '주목'

최근 박 위원장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촉구서를 보내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사태에 대한 전수조사 실행 등을 추진해달라고 요구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한국타이어 집단 사망사태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해결방안을 요구했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는 한국타이어 산재 원인 규명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실시해 정확한 사태파악을 약속한 바 있다.

당시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한국타이어 공장은 정상적인 사업장이 아니라고 강력히 비난하면서 한 해 평균 7명이 사망자가 발생한 사업장을 그대로 방치라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국타이어 공장 노동자 집단 사망사태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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