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홍승희 기자] 국민 대중은 요즘 누구나 인사청문회에 관심을 갖도록 거의 강제되는 현실이다.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연일 뉴스를 도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청문회 뉴스를 보면서 많은 중산층들은 ‘저걸 어떻게 견디나?’ ‘저러면서 꼭 공직생활에 나서야 하나?’ 등의 얘기를 나눈다. 따지고 보면 대부분의 중산층 중년들이라면 인사청문회에서 걸러지는 잘못 한 두 가지 안 해본 경우가 별로 없어서 더 그렇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특히 다운계약서나 위장전입 등은 이제 와서는 거의 사라진 관행이지만 예전에는 아무런 문제의식도 못 느끼며 한두 번쯤은 저질렀던 잘못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의료계에 종사하는 지인 한분이 농담 한마디를 건넨다. “난 절대로 보건복지부 장관 안 할 거야.” 물론 평소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던 이가 던진 말인지라 농담인줄은 알지만 갑자기 그런 말 하는 이유를 묻는 이에게 그는 저런 청문회에 나가면 본인은 물론 가족, 친척은 물론 나아가 사돈까지 신상이 다 털리며 너덜너덜해지니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인사청문회에 이런저런 비리니 문제점들이 들춰져도 국민들 반응이 그리 예민하지는 않은 듯하다. 그보다는 인사청문회에서 집요하게 질문한 의원들에게 쏟아진다는 문자폭탄에 대한 해당의원들의 불만에 대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지? 나도 알면 문자 보낼 텐데”라는 반격성 평가들도 나온다.

옛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당시 필자도 믿지 못했던 사실 하나가 당시 대선후보였던 이의 아들 체중 문제였다. 키에 비해 턱없이 적은 체중 때문에 체중 미달로 군에 가지 않았던 일.

그런데 필자는 어처구니없게도 가까이 사는 조카 하나가 체중미달로 현역 입영을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180cm가 넘는 키에 체중은 50kg을 겨우 넘는 수준이었던 거다. 본인은 어떻게든 현역으로 가보겠다고 몇 달 전부터 헬스클럽에도 다니며 체중 불리기에 몰두했지만 그렇게 해서 늘릴 수 있는 체중은 1~2kg이 고작이었고 결국 공익근무로 국방의무를 마쳤다.

그걸 보면서 오래전 대선후보였던 이회창씨 속이 얼마나 답답했을지 뒤늦게 이해하게 됐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변명도 안 통하는 상황이 참으로 답답했겠다 싶어 뒤늦게나마 이해하지 못했던 사실에 미안한 마음도 든다. 요즘 젊은이들이 키만 훌쩍 커서 체중은 안 나가는 사례가 생각보다 꽤 있을 수 있다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됐다.

그래서 인사청문회에서 나오는 의혹들도 해명하는 입장에서는 속을 까뒤집어 보일 수도 없고 답답한 경우가 제법 있겠다는 조금은 너그러운 생각도 해보는 계기가 됐다.

물론 국회는 당연히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되는 여러 의혹을 파헤쳐 봐야 한다. 그러라고 국회가 있는 것이니까. 특히 정부가 충분한 검증기간을 갖지 못하고 한 인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부족한 부분을 국회가 채워주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것일 수도 있다.

다만 새 정부의 출범 자체가 위기상황을 건너는 것이기에 단순히 발목잡기를 위한 공세로만 치닫는 것을 국민들이 과연 좋게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국민들의 상식선에서 용인되는 정도라면 일단은 국정의 위기를 영속시키려는 시도가 드러나 보이는 공세는 좀 완화돼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은 게 요즘 다수의 여론인 듯싶다.

그 무엇보다 지금 가장 집요하게 청문회에 나온 인사들을 공격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보며 한마디로 ‘염치가 없다’는 소리들이 많다. 특히 정부의 인사검증이 허술하다는 공격에 대해 ‘누구 때문인데? 인수위원회가 두 달 간 걸러내고도 인사 참사를 초래했던 박근혜 정부 공범자들이 그런 말을 해?’라는 반발을 부르기도 한다.

국정농단사태→탄핵→과도정부로 이어지며 인수인계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새 정부가 아무리 준비된 인사를 내정하더라도 정식 검증절차를 제대로 거친 것과 같을 수 없는데 국정공백을 고의적으로 불러들이려는 게 아니라면 그렇게 시간끌기를 하거나 딴지걸기만 할 일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특히 탄핵당한 대통령을 옹위해온 정당이 인수기간도 없이 정권을 맡게 돼 마음 바쁜 새 정부의 인사검증이 허술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염치없는 행동’이라는 거다.

그러면서 뒤따르는 말들이 ‘원래 정치는 염치를 모르는 이들이 하는 건가보다’라는 허탈감의 표현이다. 실상 역사 속에서 봐도 염치를 알면 정치를 할 수 없는 시대들이 있긴 했다. 지금도 그런 시대를 이어가야 하는 건지는 정치인들이 스스로에게 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