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보이는 은행들의 '서민고객 붙잡기'
속 보이는 은행들의 '서민고객 붙잡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셀러리맨 월급 봉투 CMA에 다 빼앗길라"
"체감 수수료 인하등 실질적 조치 선행돼야"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서민고객 외면 현상이 '금융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아랑곳 하지 않던 대형시중은행들이 떠나간 '민심'을 되돌리고자 서민 달래기에 분주해 졌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 시중들은 최근들어 언론매체와 다양한 행사를 통해 서민 마케팅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특히,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그 동안 부자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퍼주기식' 마케팅에서 벗어나 '서민고객 붙잡기'에 앞장서고 있다.
시중은행의 이러한 입장 변화는 대표적인 서민고객인 직장인의 월급이 증권사의 CMA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 된다. 
실제로, 대형 시중은행들은 최근 몇년동안 '서민과 중소기업은 돈이 안되는 고객'이라며 부자고객과 우량기업 중심의 마케팅에 주력해 왔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은행들의 과도한 디마케팅전략이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등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부자고객들을 위한 갖가지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놓기도 했었다. 자산관리와 법률 서비스는 물론, 최근에는 중매서비스까지 개발해 PB들이 마치 만능엔터테이너가 되어 가는 듯한 분위기마저 형성됐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은행의 PB들 사이에서도 은행간 경쟁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은행의 PB는 "PB간 경쟁이 치열해 예전보다 실적 올리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라며 "은행간 경쟁 뿐 아니라 증권사와의 경쟁 또한 가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출혈경쟁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특히, 하나은행은 지난 1995년 국내은행 최초로 1억원 이상의 금융고객을 위한 PB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줄곧 PB사업에 매달려 왔다.
덕분에, 하나은행은 지난 지난해 유로머니로부터 한국 최우수 PB로 2005년 이후 3회연속 선정되는 등, PB부문에서만큼은 자타공인 최고의 은행이 됐지만, 국내 빅3(국민, 우리, 신한)과의 자산 격차는 점차 벌어지고 있는 불균형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내심 고민하고 있다.
국민은행 또한 김정태 초대행장이 '서민은행 포기'를 선언한 이후 줄곧 부자고객 중심의 마케팅에 주력해오다 강정원 행장이 '국민은행의 기반은 서민'이라고 공언하면서 부자고객과 서민고객의 균형점을 찾아 가는 분위기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서민들의 푼 돈이 없었다면 현재의 국민은행도 없었을 것"이라며 "올해 2월 갤럽의 조사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민은행은 서민은행으로서의 이미지가 가장 강하다"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15일 '하나은행장컵 직장인 축구대회'를 개최하는 한편, 17일에는 '하나은행컵 2008 코리안투어 퀄리파잉스쿨 및 신인왕 후원 조인식'을 가졌다. 직장인축구대회는 서민으로 대표되는 직장인들을 위한 행사이며, 코리안투어 퀄리파잉스쿨 후원은 부자고객을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풀이 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대표적인 중간층 고객인 직장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행사와 서비스를 개발예정에 있다"며 "직장인 축구대회는 물론 직장인 월급통장 수수료 면제, 대중교통요금의 할인혜택이 있는 마이웨이카드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또 지난 10일 서민들을 대상으로 '청계천 소리산책'을 개최하고 18일에는 부자고객을 위한 '금융소득 종합과세 신고 무료대행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자고객과 서민고객의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이같은 움직임은 늦은 감이 있을 뿐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찾아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서민고객들의 발길을 다시 되돌리고자 한다면, 수수료 문제부터 손봐야 한다"며 "올해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각종 수수료를 인하했지만 ATM수수료나 인터넷 수수료는 거의 손도 대지 않은 채 대여금고나 기업관련 수수료만 인하해 고객들의 체감정도는 거의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수수료 인상률로 인해 매년 사상최대치를 경신하는 은행들의 실적이 폄하되지 않기 위해서는 서민들을 위한 은행들의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인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