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시중은행과 경쟁하겠다며 지난해 말 독립 법인으로 야심차게 출범한 Sh수협은행이 새 선장 선임을 놓고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원태 현 행장의 임기가 한 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후임 선출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현 정권이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금융권 전반에 걸쳐 관치의 그림자가 걷히고 있지만, 유독 수협은행장 인선은 여전히 '밥그릇 챙기기'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수협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는 4일 오전부터 수 시간에 걸친 회의를 진행했지만. 후보 추천에 또 실패했다. 최종 후보 1인을 선별해 내기 위해 네 번째 진행된 마라톤 회의였다. 행추위는 '지각 선출'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후보군을 3명으로 압축했다는 발표는 내놨지만, 선출에 속도를 내겠다던 당초 입장과는 어긋나는 행보다.

한 달여간 이어진 선출 과정에서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수협중앙회가 최초의 내부출신 행장배출을 목표로 강명석 감사를 밀고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첫 공모 당시 강신숙 상임이사가 중도 하차하면서 강 감사 유력설에 힘이 실렸지만, 그는 1차 공모서 선택을 받지 못했다. 정부(해수부) 측 사외이사의 반대에 가로막혔다는 보도는 사실로 확인됐다. 수협은행의 행추위원은 모두 5인이며, 해수부 추천 3명, 수협중앙회 추천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재공모 방침 이후에는 노조의 반발이 노골화됐다. 굳이 재공모에 나선 것은 또 다시 낙하산을 임명하기 위한 정부의 의도가 담겨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노조는 재공모에서 새롭게 등장한 기획재정부 출신 이원태 현 행장을 포함해 낙하산 인사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사실 이번 행장 인선은 수협은행 내외부를 막론하고 기대감이 컸다.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로 정권은 힘을 잃었고, 은행권 전반적으로 '외압 없는' CEO 인선이 탄력을 받던 터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수협은행도 사상 처음으로 내부출신 행장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진통 끝에 어렵사리 결론에 도달한다치더라도 뒷맛은 개운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협은행 최고참인 강명석 감사는 때 아닌 자격 논란에 휩싸였고, 독립법인 출범 2차 공모에서야 명함을 내민 이원태 행장도 관피아 꼬리표를 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시간에 쫓기고 있는 수협은행 측은 최악의 경우 맞을 수 있는 사상 초유의 경영공백 사태에 대한 준비작업도 밟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나 금융관련 정부부처의 압력이 빠지고 나니 행장 선출도 못한다'는 비아냥까지 흘러나온다. '줘도 못 먹는다'는 노골적인 조롱조의 표현도 들린다. 해수부의 어설픈 관치가 경영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 만큼 행추위가 오는 5일에도 행장을 추천하지 못한다면 정부(해수부)도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수협인 모두의 연대책임론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물론 수협은행이 다른 은행들과 지배구조 측면에서 동일한 조건은 아니다. 시중은행들처럼 당당하게 행장인선을 못하는 작금의 상황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관치에 익숙해진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은 수협은행의 구성원 모두가 뼈아프게 새겨야 할 부분이다. 취재 과정에서 접한 여러 직원들에게서 여타 시중은행들과는 달리 내부 출신 행장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엿보기 어려웠다. 용기 없이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일진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탓이겠지만, '준비되지 않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는 앞으로도 경영진 인선에 언제든 외압의 여지를 남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이제라도 독립법인 1기 행장 선출을 계기로 은행 스스로의 능력을 검증해 내는 '강한 수협'의 모습을 기대한다. 동시에 정부에 대해서는 수협은행장 인선에 대한 기존의 시각을 시대변화에 맞게 바꿔주기를 촉구한다. 정부도 궁극적으로는 수협은행이 잘되기를 바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