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과 비관, 삼성전자의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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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을 신청한 팬택계열의 채권단 결정이 늦어지면서 수많은 협력업체들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협력업체들 중에는 당연히 워크아웃이 될 것으로 보고 팬택의 상황이 악화된 가운데서도 납품물량을 줄이지 않았는데 워크아웃이 결렬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에 사색이 된 곳들도 있다고 한다. 금융기관들이 협력업체들에 대해서도 돈줄을 죄기 시작해 1, 2차 협력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할 지도 모른다며 발을 구르고 있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팬택의 경영 여건 등 향후 전망이 어떤지 국외자의 시선으로는 명확히 알 수 없다. 채권단도 최선의 합리적 선택을 위해 고민할 터이다. 하지만 늘 선택이란 늘 전망을 낙관적으로 하느냐 비관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비관적인 전망만 하는 것은 더 위험할 수 있다. 양 극단의 전망을 상계하고 선택이 내려져도 때로는 어느 한 편으로 심하게 기울 수가 있다.

최근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도 한국 경제의 미래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시각의 차이가 찬·반 양론의 극렬한 분열을 초래해 온 사회가 시끌벅적했다. 찬·반의 극단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미국 주도의 세계화 전략 중 결정판이 FTA라며 협상 자체를 반대하는 세력, 자기 분야가 무방비 개방을 강요당할 것이라는 선택적 반대, 국가 공동체의 근간이 위험해질 것이라는 관념적 반대 등 반대세력도 그 색깔이 매우 다양했다.

그러나 그런 갈등을 겪으며 FTA 체결 이후 한국 사회가 무엇을 어떻게 대비하고 준비해야 하는 지에 대한 답이 어느 정도 나왔다. 이제는 그런 사회적 갈등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도출된 각종 문제점을 하나하나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에 고민이 집중돼야 한다.
언제나 무슨 일에서나 100% 확실하고 안전한 선택은 없다. 그런 선택을 굳이 고집한다면 결과는 정체 혹은 후퇴만을 초래할 뿐이다. 늘 일정 수준의 불확실성을 안고 가는 것이 개인의 삶이고 사회의 역사다.

불확실성은 또 항상 우리에게 미래를 ‘전망’하고 ‘준비’하라고 요구한다. 그 과정에는 많은 고통과 인내가 동반되기 마련이다. 고통과 인내는 특히 성장·발전하는 사회적 미래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요소다. 그런 의미에서 작금에 삼성전자에서 들려온 소식은 염려스럽지만 삼성전자가 이제 새로운 성장통을 겪는 것으로 보면 오히려 희망적 기대를 가져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때는 한국 경제의 1/3을 떠맡았다는 소리를 들었고 지금도 여전히 국민적 희망이기도 한 삼성전자가 올 1분기에 4년여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야단들이 났다. 삼성전자를 세계적 기업으로 길러낸 D램을 비롯한 반도체의 가격 급락과 수요 부진이 원인이라고 한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수요부진은 계절적 요인으로 풀이하고 있지만 그건 ‘4년여만의 최악’을 설명하기에 충분치 않다. 가격 급락에 대해서는 2분기에는 가격이 안정세를 회복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생산라인을 기존 8인치 웨이퍼 라인에서 12인치 라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출하증가율이 낮아졌다는 설명이 주목된다. 이는 곧 이제까지보다 더 큰 경쟁력을 갖게 됐다는 의미의 반전을 가져온다.
삼성전자는 지금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그런 만큼 더 자주 성장통에 시달릴 가능성도 높다. 그런 글로벌한 국적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이젠 장성한 자식을 보는 부모의 심정처럼 뿌듯함을 넘어 좀 의연해져야 옳다. 겉으로까지 애면글면하는 속내를 드러내는 부모는 자식의 발목을 잡을 뿐이다.

삼성전자 한 기업에 대해서만 그럴 일도 아니다. 한국 경제도 이미 그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졌다. 아직 내실이 다져지진 못한 청소년기의 불안정성이 남아 있는 경제다. 그럴수록 믿어주는 부모 사랑이 절실하다. 국민은 그 국가와 정부를 낳고 기르는 부모 아니던가.
 
홍승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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