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투세븐 '섀르반' 철수…김정민 회장 '경영 시험대'
제로투세븐 '섀르반' 철수…김정민 회장 '경영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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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민 제로투세븐 회장 (사진=제로투세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기자] 김정민 제로투세븐 회장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2013년 회장직에 오르며 경영을 총괄해온 그는 슈즈·승용완구 브랜드를 추가로 론칭, 해외 시장으로도 눈을 돌리며 '공격 행보'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무리한 투자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사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아동복 업계 1위 회사 제로투세븐은 올해 하반기 키즈 전용 아웃도어 브랜드 '섀르반'을 철수한다. 2013년 브랜드를 론칭한 지 5년 만이다. 당시 유아동 업계에 '북유럽 라이프스타일' 바람이 불면서 제로투세븐도 발을 담갔지만, 3만원 이상의 '고가격' 전략이 독이 됐다.

일각에서는 '예견된 실패'라고 지적하고 있다. 2000년대 중후반 국내에 상륙한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를 비롯해 동종 기업들은 1만원대 저가 상품군을 확대했다. 고가 정책을 고집했던 '랄프로렌 칠드런'마저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 2001년 신생아 수 60만명선이 무너지면서 저출산 문제가 대두됐고, 이 문제와 겹쳐 2013년에는 3대 유아 전문 기업들의 매출액이 모두 감소했기 때문이다.

제로투세븐 측도 고가 전략을 패착으로 꼽았다. 브랜드 관계자는 "유아동복 업계는 해외 수입 브랜드의 공세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었다"며 "섀르반의 경우 원가가 너무 비쌌고, 인테리어 및 매장 유지 비용이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브랜드 정리로 자금 사정에 숨통이 트이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브랜드 정리는 올해 하반기에 구체화할 것"이라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업 정리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회사 의류 사업 부문은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은 21억원으로, 2015년 4분기(2억원)보다 10배가량 늘어났다. 전체 사업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22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이 2643% 확대됐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409억원 감소해 2298억원을, 당기순손실은 적자 폭이 812% 늘어 103억원을 기록했다.

제로투세븐은 온라인·모바일 몰 사업에 힘을 쏟으면서 실적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지난해 새로 단장한 온라인 몰에서 온·오프라인 연계(O2O) 기능을 강화, 타사 유아용품 유통까지 맡고 있다. 이 밖에 카페와 매장을 합친 '복합 매장'을 새롭게 선보이고, 스킨케어 브랜드 '궁중비책' 연구·개발도 확대하면서 반전을 꾀하고 있다.

업계는 저출산 문제와 해외 브랜드 공세 등 암초가 곳곳에 놓인 상태에서 김정민 회장의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고 있다.   

한편, 제로투세븐은 유아동 전문 기업으로 '알로앤루'와 '포래즈', '알퐁소' 등 유아동 의류 브랜드와 한방 유아 스킨케어 브랜드 궁중비책, 영국 수유용품 브랜드 '토미티피', 유아동 종합몰 '제로투세븐닷컴'을 운영하는 매일유업의 자회사다.

▲ 제로투세븐의 '섀르반'은 키즈 전용 아웃도어 브랜드로 지난 2013년 론칭됐다. (사진=제로투세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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