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리뷰] '파란만장' 패밀리 레스토랑 30년史
[마켓리뷰] '파란만장' 패밀리 레스토랑 30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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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GIF와 베니건스, 토니로마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마르쉐 등과 토종 브랜드 빕스는 2000년대 중반까지 패밀리 레스토랑의 전성기를 누렸다. 다만 이 중 마르쉐, 토니로마스, 씨즐러, 베니건스 등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로고 = 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 역사는 지난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거치며 1988년 3월 서울 신사동에 개점한 '미도파 코코스'가 원조로 꼽힌다. 이후 국내에 상륙한 서양식 패밀리 레스토랑이 지난 1990년대 중반까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세우며 자리를 잡았고, 이후 토종 브랜드까지 가세하며 2000년대 중반까지는 그야말로 패밀리 레스토랑의 전성기가 펼쳐졌다.

하지만 2000년 중반 들어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인구구조가 급속히 변화하면서 패밀리 레스토랑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이미 사양길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듯 패밀리 레스토랑은 30년간 전성기와 쇠락기 모두를 거치며 파란만장한 스토리를 남겼다.

◆ IMF도 간신히 극복…통신사 제휴 덕에 전성기 누려

한국의 패밀리 레스토랑은 지난 1988년 코코스가 국내에 진출한 이후, TGIF(1992)와 판다로사(1993), LA팜스(1994년)가 들어오면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어 1995년에는 씨즐러, 베니건스, 토니로마스, 플래닛헐리우드가 1996년에는 까르네스테이션, 마르쉐 1997년에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까지 서양에서 건너온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들이 차례로 국내에 둥지를 틀었다. 또 같은 해(1997년) 토종 브랜드인 CJ푸드빌의 빕스가 처음으로 시장에 뛰어들면서 정점을 찍었다.

이렇듯 패밀리 레스토랑은 1997년까지 양적인 성장을 했지만 같은 해 IMF 구제금융 한파가 불어닥치면서 성장세가 처음으로 꺾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경쟁 점포들이 증가하면서 1996년부터 점포당 매출 증가율이 10% 미만에 그치거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업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LA팜스가 국내서 제일 먼저 철수했고, 일부 브랜드들은 미국 본사에 로열티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후 1999년 하반기부터 내수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2000년대 들어 시장에 다시금 활기가 찾아왔다. 그간 몸집 불리기에만 주력했던 업체들은 이후 거품을 뺀 수익성 위주 사업으로 재편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SK텔레콤, KTF(현 KT), LG텔레콤(현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 또는 신용카드사와 제휴해 각종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3년 방송통신위원회(당시 정보통신부)에서 이동통신사 부가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발표함에 따라 아웃백은 SK텔레콤와, 빕스 및 베니건스는 KTF와 제휴를 맺었다.

이러한 혜택 덕에 당시 패밀리 레스토랑은 대기시간 없이는 들어가기도 힘들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일부 레스토랑 업체는 최대 50% 할인을 제공해 6시간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통신사와의 제휴 마케팅 덕에 시장 규모도 커졌다. IMF 전후만 해도 1000억원대를 형성했던 시장은 2005년에는 5000억원, 2006년에는 6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통신사와의 제휴 덕에 급성장한 TGIF와 아웃백, 빕스, 베니건스 등은 당시 업계서 4강 체제로 입지를 굳혔다. 이에 이들은 다시 한 번 매장 수를 확대해 몸집 불리기에 나서기도 했다.

이 시기에는 2003년 이랜드그룹의 애슐리가, 2006년에는 삼양그룹의 세븐스프링스도 가세하면서 그야말로 패밀리 레스토랑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 제휴할인 남발로 경쟁 심화…금융위기 이후 줄줄이 폐점

승승장구하던 패밀리 레스토랑의 전성기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2005년 SKT텔레콤이 당시 패밀리 레스토랑 시장서 1위를 차지했던 아웃백과 결별하면서 업계의 전성기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SK텔레콤이 제휴선을 바꾼 것은 '비용' 때문이었다. 통상 멤버십 할인 혜택으로 인한 비용은 SK텔레콤과 제휴업체가 4대 6의 비율로 분담했다. 때문에 통신사로서는 재협상 시 제휴업체에게 더 많은 부담을 요구했다.

그 결과 SKT텔레콤과 아웃백은 비용 분담에 대한 이견으로 결별을 택했다. 상당수 경쟁업체들은 아웃백에서 빠져나간 고객들의 움직임에 주목, 각종 제휴할인을 남발하면서 출혈 경쟁은 갈수록 심화됐다. 무리한 제휴할인 프로모션으로 시장규모는 커졌으나 성장률은 둔화되는 과도기를 맞은 것이다. 여기에 아웃백과 TGIF, 빕스 등 일부만 제외하고 다른 브랜드들의 신규출점은 '제로'인 상태가 이어지며 브랜드 간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 이후 2006년 토다이와 씨푸드오션 등 씨푸드 뷔페 등장으로 고객이탈은 가속화됐다.

결국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가 침체되기 시작하면서 TGIF는 18개 매장을 폐점했다. 여기에 TGIF도 샐러드바를 철수하고 무료 빵 서비스마저 중단했지만 수익성이 악화로 결국 2009년 롯데리아에 합병됐다.

베니건스, 빕스, 씨즐러, 토니로마스, 마르쉐 등도 줄줄이 기존 매장을 정리하면서 업계의 쇠락은 도미노 현상으로 나타났다. 2013년 마르쉐, 씨즐러가, 2014년에 토니로마스가, 그리고 지난해 베니건스가 마지막 매장인 롯데강남점을 폐점하면서 패밀리 레스토랑의 마이너스 성장은 극에 달했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던 아웃백 또한 최근 30여개 매장을 줄이면서 현재 70여개 매장만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한식 뷔페 레스토랑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기존 패밀리 레스토랑의 수익성은 더더욱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최근 1~2인 가구가 늘어남에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는 회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로서는 토종 브랜드인 빕스와 애슐리만이 건재한 상태다. 빕스는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후발주자인 애슐리는 기존 1세대 브랜드들이 경쟁하는 동안 1만원대의 런치 메뉴를 선보이며 조용히 나홀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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