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4차 산업혁명과 통신비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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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전수영기자] 4차 산업혁명 전도사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지금까지 진행돼왔던 그 어떤 산업혁명보다 빠르고 혁신적"이라고 압축해 표현했다. 그러면서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빠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그 변화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고 강조했다. '빠름'을 이보다 리얼하게 표현할 또 다른 방법이 있을까. 4차 산업혁명이 이 시대를 관통하는, 그만큼 중요한 핵심과제라는 뜻이다.

실제로 4차 산업혁명은 실생활과 산업계 곳곳에서 확인된다. 스마트폰을 통해 집안 내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홈IoT는 이미 상용화됐으며 운전자가 핸들에 손을 올려놓지 않아도 사전에 입력된 목적지까지 알아서 찾아가는 '자율주행' 자동차도 상용화가 머지않았다. 입신(入神)의 경지라 불리는 '바둑 9단'도 인공지능(AI) 알파고에선 울분을 삼켜야 했다. 공장에서는 모든 설비를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가동할 수 있게 됐다. 상상이 현실이 됐다.

4차 산업혁명이 미래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점치기 힘들지만 분명한 것은 통신기술이 발전할수록 진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통신기술의 발전과 4차 산업혁명 속도는 같은 궤적을 그리고 있다. 그만큼 통신기술이 4차 산업혁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클라우스 슈밥이 회장으로 있는 세계경제포럼은 통신기술이 2016년부터 2025년까지 향후 10년간 1500조원 상당의 경제적 효과가 낼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AI,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를 기존 산업에 융합해 이용자의 편익 증대와 함께 사회적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추산조차 힘든 천문학적인 규모의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시장에 먼저 들어가 승기를 잡는 것에 기업과 국가의 명운이 걸렸다는 얘기가 과장이 아닌 듯하다.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되는 정보통신기술, 그 핵심인 5G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총성 없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유럽연합(EU)은 통신사업자의 투자가 전체적인 성장기반 제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요금인하보다는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도 5G가 경제성장을 이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이통사들의 5G 투자 확대에 대한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일본 또한 과거 간과해 왔던 전 산업영역에서 ICT 적용을 통해 경제성장을 시도하기 위한 대응전략을 수립했다.

이처럼 각국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통신시장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여전히 팔짱을 낀 채 기업들의 선제적인 투자만을 주문하고 있다. 투자를 위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오히려 통신비 인하 정책을 펼치며 투자 의지마저 꺾고 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당장 통신비 인하가 피부로 와 닿을 수 있다. 하지만 자칫 수년 안에 지금보다 더 비싼 통신비를 내야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기술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국내 이통사들은 시장의 표준이 된 기업의 기술력과 장비를 사와야 한다. 그동안 진행했던 투자는 수포로 돌아가고 또다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만 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투자가 아닌 글로벌 경쟁사들을 따라가기 위해 통신료를 올릴 수밖에 없게 된다. 대한민국도 통신기술 선도국이 아닌 기술 수입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정부가 이 같은 잠재적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국민들이 당장 힘들어한다는 이유만으로 '달콤한 사탕'을 물려서는 안 된다. 정부가 나서 이통사들이 글로벌 시장을 이끌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게 실탄을 비축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이유다. 가격 인하를 통한 복지혜택 확대는 우리나라가 5G 기술 선도국이란 위치에 올라선 후에도 충분히 가능하다. 달콤한 사탕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관계당국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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