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프=해외건설협회

[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최근 국내 건설사들이 이란에서 수조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 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외시장의 수주 기근은 계속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과 함께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란국영정유회사(NIOC)의 계열사인 아흐다프(AHDAF)가 발주한 '사우스파12 2단계 확장공사'를 수주했다. 총 수주금액은 30억9800만유로(한화 약 3조8000억원)로 현대엔지니어링의 공사금액은 3조2000억원, 현대건설은 6000억원이다. 예상 공사기간은 착공 후 48개월이다.

대림건설도 지난해 말 수주한 이란 이스파한 오일 정유회사(EORC)의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대림산업이 단독 수주한 이번 공사는 설계, 기자재 구매, 시공, 금융조달 업무를 수행한다. 계약 금액은 2조2334억원으로 이는 대림산업의 2015년 연결 기준 매출액의 23.48%에 해당한다.     

이처럼 국내 건설사들이 수조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외수주액은 10년 내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도 못 미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액은 31억818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84억1530만 달러)보다 63%나 감소했다. 수주 텃밭이던 중동에서도 12억1504만 달러로 지난해(30억2317만 달러)에 비해 절반 수준도 안된다. 태평양·북미의 경우 지난해(11억1850만 달러)에 1%도 안되는 781만 달러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기록적인 실적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 가능성과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국제유가, 미국 중동 정책에 대한 국제정세 불안감 등으로 해외 발주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저가 수주'로 대규모 손실을 입었던 국내 건설사들이 내부 심사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주요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사업은 2013년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이후 저조한 상태로 수주잔고와 미청구공사 부담 수준에 따라 실적이 차별화되고 있는 모습"이라며 "올해 해외사업 손실 규모는 축소될 전망이지만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은 어렵다. 해외 공사 자금을 제때 받지 못할 리스크가 여전히 있고, 신규 수주가 둔화하면서 수익이 좋아지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건설사들의 활로를 열어주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이라크와 쿠웨이트 수반을 만나 국내 기업의 인프라 사업 참여를 지원했다. 지난 15일부터 오는 22일까지는 스페인과 터키를 방문해 중남미 인프라 시장의 공동진출 방안도 논의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먹거리 발굴도 좋지만 정부 차원에서 금융지원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올해 초 해외 건설시장 확대를 위해 금융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현대엔지니어링과 대림산업이 이란에서 수준한 대규모 공사 계약에 대한 금융지원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공사 진행을 위한 금융지원이 정해지지 않으면 자칫 프로젝트 자체에 적지 않은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해외 수주를 위해 다방면으로 뛰고 있지만 국책금융기관의 지원 없이는 해외 프로젝트 진출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본 등 경쟁 국가들은 수백조원의 금융지원을 약속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기업, 정부, 금융기관 등 관련기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