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금리 역전 '눈 앞'…한은 통화정책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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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면 6월 금리 수준 같아져…"상반된 경제 여건에 자본 이탈 우려"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3월 정책금리 인상과 함께 연내 2회의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부진한 국내 경기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하는 한은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여건이 급속히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늦어도 올 하반기에는 미 정책금리 수준이 사상 최저치인 연 1.25%의 한국은행 기준금리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은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인상 시점을 저울질 하는 '긴축' 방향으로 급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 연준은 15일(현지시간) FOMC에서 정책금리를 기존 0.5~0.75%에서 0.75~1.0%로 0.25%p 인상했다. 지난해 12월 인상이 1년 만에 이뤄진 것과 달리 3개월로 인상 속도가 앞당겨졌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경제가 지금처럼 호전된다면 금리를 약 3~4개월에 한 번씩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17명의 FOMC 위원들도 올해 말 금리 전망치를 1.375% 수준으로 유지해 향후 2번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 금리 인상이 속도를 내면서 한은이 취할 수 있는 통화정책 여력은 더욱 좁혀졌다. 연준이 향후 한 차례만 더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한은 기준금리와 미 정책금리 수준이 같아진다. 2차례 인상이 단행될 경우 한미 금리차는 역전된다. 지난 2007년 9월 이후 약 10년 만에 벌어지는 일이다. 한미 기준금리는 지난 1999년 6월부터 2001년 3월까지, 2005년 8월부터 2007년 9월까지 두 차례 역전된 바 있다.

▲ 그래픽=서울파이낸스DB

문제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미 금리 인상이 가속화되면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유출이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미 금리 인상은 미국 경제의 견실한 성장세의 방증이지만, 회복세가 미진한 우리 경제의 경우 경기 조절과는 상관 없는 금리 인상을 단행하게 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불안한 정책 컨트롤 타워, 가계부채 급증, 부동산 급랭 가능성, 기업구조조정 진행 등의 위험요인이 있다"며 "이런 리스크가 미 금리 인상과 결합하면 충격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환위기의 트라우마가 있는 우리로서는 금리차 역전과 함께 금리 인상론이 급부각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올 연말에는 금통위가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 교수는 "미 금리 인상이 빠르면 6월에 또 인상되고, 금리 수준이 같아지면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와 외환위기에 대한 경계를 1차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우리 기준금리도 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국내 경기 상황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대통령 탄핵을 전후로 한 정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투자와 소비가 부진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경제정책과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 가시화 등으로 수출 전선의 위기감 마저 커지게 됐다.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동안 불어난 1340조원의 가계 빚은 이미 시장금리 상승 압력에 직면해 있어 금리 상승의 기름을 붓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장병화 한은 부총재는 이날 "미 금리 인상 만으로 기계적인 대응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했지만, 금통위의 우려 강도는 높아진 상황이다. 이주열 총재는 이달 초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자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 만한 변화가 급속하게 진전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고,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미 금리 인상이 갑작스러운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경기적 측면에서 금리 인하의 시급성이 약화된 반면, 미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통화정책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다만, 사드 보복 우려 등 지금으로서는 영향을 가늠할 수 없는 위협 요인들이 산적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과거에도 미 금리 인상을 따라가는 데는 한동안의 시차가 있었던 만큼 경기와 물가 상황을 보며 금리 인상 시기를 최대한 늦추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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