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2년 전 한국에서 '일본기업'이라고 질타 받던 롯데가 이제는 중국에서 '한국기업'이라고 수난을 겪고 있다. 아이러니하다.

유통업계 1인자로 승승장구하던 롯데는 지난 2015년 7월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으로부터 악재를 맞았다. 당시만 해도 이 경영권 분쟁이 재벌 기업의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다.

중국에서의 사업 적자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발목을 붙잡았고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경영권을 갖기 위해 '손가락 해임' 사건을 일으켰다.

이때 롯데그룹의 복잡한 출자구조가 수면 위에 떠오른다. 한국에서의 지주회사는 호텔롯데인데 지분 99.3%가 일본 롯데홀딩스와 광윤사, L투자회사 등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에서 롯데는 ‘일본기업’으로 낙인찍혔다.

신동빈 회장은 즉각 고개를 숙였다. 국정감사에 출석해 잘못된 점을 시인하고 경영권 분쟁에 대한 대국민사과를 했다.
 
이후 그는 일본을 방문해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설득하고 호텔롯데의 상장을 추진한다. 일본기업의 지분율을 낮추고 한국 롯데를 독립적인 구조로 운영하겠다는 의지였다.
 
이듬해 6월,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면세점 입점 로비가 터지면서 검찰은 롯데그룹을 압수수색했다. 결국 신 이사장은 구속되고 롯데그룹은 비리의혹으로 4개월간 검찰 조사를 받았다. 수사 종결 후, 신 회장은 또다시 국민 앞에 섰다. 고개를 숙이며 그룹의 2020년 목표를 전면 수정하고 투명 경영을 약속했다.

그리고 올해 2월,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핵심 부서였던 '정책본부'를 해체했다. 사회공헌팀과 준법경영위원회를 새로 설립하며 국민과 한 약속을 실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어느새 롯데를 '일본기업'이라 질타하는 목소리는 사라졌다.

그러나 평화도 잠시, 롯데는 지난달 27일 국방부의 제의를 받아들여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확정했다. 바로 다음날 롯데그룹 중문 홈페이지는 마비됐고 중국의 사드보복이 시작됐다.

중국 내 롯데마트 매장 55곳이 영업정지를 당하고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은 중국인들에게 짓밟혔다. 중국은 '한국=롯데'라고 여기며 모든 화살을 롯데에 쏟아 부었다.

지금 신 회장은 진중하게 중국의 사드보복을 지켜보고 있다. 단, "중국에서의 사업철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정면돌파다. 잘못된 것은 고치고 본인의 신념에는 굽히지 않는다. 지금까지 내로라했던 국내 재벌 총수 중 가장 패기 있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6일 최순실 관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전경련 해체를 반대하는 회장은 손을 들라"는 안민석 의원의 질문에 혼자 손을 번쩍 들었다.

신 회장이 손을 들고난 후에야 허창수 전경련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구본무 LG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이 주뼜대며 손을 들었다. 그때 기자는 그의 소신을 알아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