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기금 1조5천억, 생보상장 길 열리나?
공익기금 1조5천억, 생보상장 길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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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끝 '마지막 카드' 공익기금 조성안 확정  
시민단체 반대고수...빠르면 상반기 상장사 출현

[김주형 기자]<toadk@seoulfn.com>18년 해묵은 과제 '생보사 상장 문제'가 지루한 논란끝에 마침내 원점이냐 활로모색이냐의 갈림길에 들어 섰다.
지난 연초 설익은 '공익기금출연'안이 일부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일부 외국계 보험사 사장의 공개적인 반대입장 표명등으로 한 바탕 홍역을 치른 생보업계의 상장과 관련된 공익기금출연 문제가 생보협회의 끈질긴 설득 노력으로 마침내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생명보험사 상장과 관련한 생보업계의 공익기금 출연 규모가 당초(5000억~1조원)보다 많은 1조5000억원 규모로 정해졌으며, 불참의사를 고수했던 외국사들도 대부분 동참의사를 밝혔다. 생보업계로선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그러나, 생보사 사장까지의 과정은 여전히 험로가 예상된다.

■18년 해묵은 과제, 원점 or 활로 '기로'
생명보험협회는 이와관련, 6일 오전 서울 조선호텔에서 생보사 사회공헌사업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공익기금 조성에 대해 외국계 생보사가 한 때 불참 의사를 밝히는 등 난항을 겪었으나, 상장이 생보업계 전체의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킬 것이라는 협회의 설득에 대부분의 외국사가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말 부터의 상황을 정리하면, 일단 생보사 상장자문委가 만든 상장안은 우여곡절끝에 지난 1월 증권선물거래소에 넘어가 있다. 정부의 승인을 받기 위한 '마지막 관문' 통과를 위해서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 시민단체의 반발이 그 하나요, 또 하나는 일부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별도의 관련입법추진이다. 쟁점은 하나. 생보사 상장으로 생기는 상장차익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
생보업계의 입장은 상법상 엄연히 주식회사니 만큼 여느 기업들이 그렇듯이 지분에 따라 배분되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것. 생보사들은 계약자 배당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온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이다.      
한편, 반대 편에서는 생보사는 성격상 자본금은 작고 자산의 대부분이 계약자가 낸 보험료로 이뤄진, 일종의 상호회사의 모습을 하고 있는 데 반해, 상장시 차익은 엄청나게 크니 이를 주주와 계약자가 나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점이 딜레마다. '상호회사 성격을 지닌 주식회사'라는 기구한 모습으로 태어난 생보사가 상장시 어떤 방식이 적합하느냐 하는 전례없는 새로운 '로직'을 만들어야 하는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18년이라는 시간이 말해주듯 이 딜레마를 풀기 위한 노력은 끊임 없이 시도됐지만, 절충점을 찾는 데는 번번이 실패했었다. 주제 자체가 마치 우리사회에서의 '이념논쟁'만큼이나 난해한 때문이다.    
 
■20년간 1조5000억 조성
그러면서도, 완전히 평행선을 긋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생보업계에서는 반대쪽 논리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공헌기금출연'이라는 카드를 던져놓은 상태다. 그 동안 생보사들이 자산재평가로 쌓아 놓은 돈(약 1600억)은 사회에 환원할 것이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면 이익의 일부를 추가로 기금으로 낼 테니, '주식회사 상장'이라는 기본 골격은 유지해야 겠다는 것.
물론, 반대 편에서는 '딴소리'하지 말고 계약자 몫을 정확하게 계산해서, 계약자들에게 모두 나눠주라는 목청을 낮추지 않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의원입법안의 골자 또한 '계약자 몫'에 맞춰져 있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은 돈의 액수라기보다는 어떤 식으로 댓가를 지불하느냐 하는 것에 있다. 생보사 입장에서는 계약자 몫을 정확하게 환산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만약 계약자 몫이라는 방식으로 차익이 분배될 경우 지배구조등 복잡한 문제가 생긴다는 고민을 토로하고 있다. 즉, 법적으로는 엄연히 주식회사인 만큼 상법에 따라 상장을 하면 되지만, 생보사의 성격상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에 기부하는 방식'을 취할 수 밖에 없다는것. 이런 생보업계의 입장이 어느 정도 반영됐기 때문에, 결국 상장자문위의 상장안이 증권선물거래소에 까지 가게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이제 증선위를 거쳐 정부의 승인만 받으면 될 것으로 믿었는데, 갑자기 상황이 뒤틀리고 말았다는 데 있다. 일부의원들의 입법추진과 지난 5일 열린 공청회등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려진 셈이 되고 만 것. 생보업계의 예측이 예상보다 훨씬 빗나간 것이다.
이렇게 되자, 다급해진 생보업계에서는 왈가왈부 말썽이 생길 수 밖에 없게 됐고, 결국 논점은 '사회공헌기금출연'으로 압축됐다. 
사회공헌기금을 얼마를 어떻게 출연하겠다는 것을 좀 더 빨리 구체화시켰으면, 이런 상황에 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일종의 자성론이 대두된 것. 

■외국계도 대부분 동참
그러나, 사실상 이 문제 또한 딜레마다. 너무 일찍 사회공헌기금문제를 꺼내면, 마치 생보사들이 논리적으로 하자가 있으니까 '돈으로 때우려는 것 아니냐'는 여론의 부메랑을 의식한 신중함이 그 배경에 깔려 있었던 것.       
하지만, 상황이 꼬일 대로 꼬이자 이제는 더 이상 이 문제를 지체해서는 않되겠다는 데 업계의 의견이 모아졌고, 구체안을 놓고 최근 막판 고심에 들어 갔고, 숱한 우여곡절끝에 결국 업계의 중지를 모으는 데는 성공한 것이다.   
생보업계의 생각은 일단 앞으로 20년 동안 1조5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을 순차적으로 출연하겠다는 것. 한꺼번에 수천억원을 내기 불가능하고, 법적으로도 '배임'에 해당될 수도 있어, 출연 기간을 20년으로 늘려 잡았다.
기본원칙은 이익의 5%를 100으로 놓고, 이익 규모별로 일정률을 세전이익에서 떼어서 기부하는 방식. 여기서, 이익의 5%는 상장사 기부금 손비인정 한도에 맞춘 것. 세전이익에서 떼는 것은 돈을 내는 사람이 주주가 돼야 한다는 시민단체등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기본 틀하에서 삼성, 교보등 생보사별 '기금 분담 방안'이 마련됐다. 삼성생명은 매년 세전이익의 5%중 30%씩을 떼 출연하는 방식. 즉, 삼성생명이 매년 1조원의 세전이익을 낸다면 한해 150억원씩 20년 동안 3000억원을 내게 된다.
교보생명은 올해부터 2011년까지는 세전이익 5%의 15%씩 떼고, 2012년부터는 5%의 20%, 2025년부터는 5%의 30%씩 시기별로 차이를 둔다. 그리고, 나머지 생보사는 세전이익 5%의 5%씩만 떼는 방식. 다만, 이들 회사들은 상장한 뒤부터는 세전이익 5%의 10%로 출연비율을 높이고, 누적 결손 상태이거나 지급여력 비율이 150% 미만인 보험사는 사회공헌기금 출연대상에서 아예 예외를 인정해 주자는 것.
이런 기준으로, 현재의 이익추이를 가지고 역산할 경우 총적립 규모는 1조50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이다.

■정치권-시민단체의 선택은?
이제 상장을 추진하기 위한 생보업계의 카드는 확정됐다.
생보업계가 쥐고 있던 사실상의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문제는 과연 이같은 업계의 입장이 먹힐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번에도 역시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시민단체들의 주장은 생보사 자산의 상당 부분이 계약자 몫이기 때문에 공익기금을 출연할 게 아니라 계약자에게 상장 차익을 배분해야 한다는 논거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 제출된 두 개의 입법안도 기본 골격은 이와 같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번에는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낙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 이면에는 더 이상 이 문제를 지연시키는 것은 여러모로 좋지 않다는 광범한 공감대도 형성돼 있기 때문에, 또 다시 생보상장이 기약없이 무산되겠느냐 하는 것. 막연한 기대감이지만, 주제 자체가 새로운 '로직'을 만드는 어려운 것인데다, 양측이 입장 차이를 좁히는 노력을 할 만큼 한 상태이기 때문에 '사회공헌기금출연'이라는 현실적 대안이 수용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생보업계의 절박하고도 간절한 기대로 파악된다. 만약, '사회공헌기금 출연안'이 사회적 공감대를 얻고, 정부가 이를 최종 승인할 경우 이르면 올 하반기 첫 상장 생보사의 출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주형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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