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권 100일 평가> 금융정책 '개혁 무풍 지대'
<盧정권 100일 평가> 금융정책 '개혁 무풍 지대'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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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 주도 '新관치'...
굵직한 현안 처리 철학부재로 무원칙 정책 양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이라는 모토를 내건 김대중정부에 이어 ‘성장과 분배’를 국가 운용철학으로 내세운 참여정부가 들어선지 100일이 넘었다. 출범 100일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면 노무현 정부의 개혁 정책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유독 금융정책에서만은 노무현 정부의 운용 철학이 무엇인지 헷갈린다는 부정적 시각이 중론이다.
금융사 계열분리 청구제, 집단소송제 도입, 생보사 상장안, 카드채 대책, 조흥은행 처리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해 노무현 정부가 철학의 빈곤인 탓인지 아니면 빈곤한 철학인 탓인지 일관성있는 개혁정책을 밀고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혹평이 적지않다. 노무현 정부의 개혁정책이 금융정책에서는 먹히지 않고 있다는 것. 노무현 정부의 금융정책을 분석했다. 편집자주


4.3 카드채 대책에서 보여준 금융당국의 관치논란에 대해 금융기관 종사자들은 “정권은 바뀌어도 관치금융은 변함이 없다”고 푸념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카드채 대책에서 금융기관 수장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카드채 지원금을 각 금융기관 수장들에게 일일이 적어 노란봉투에 담아 전달했다. 일명 노란 봉투 사건은 노무현 정부의 잘못된 금융정책추진의 한 단면을 보여준 것으로 언론은 보도했다.

관치 재연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자 이 문제는 국회에서까지 논란거리가 됐다. 국회 정무위에 참석한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은 의원들로 부터 4.3카드채 대책이 관치금융의 전형이라는 지적을 받자, 금융시장의 불안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 시장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협조로 이뤄진 것이라는 요지로 해명했었다.

재경부나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관치 논란에 대해 고개를 가로 젓는다. 정부가 주도한 것이 아닌 시장 참여자들의 자발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일선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현 정부의 관치 금융 논란에 대한 평가는 단호하다.

관치금융논란의 또 다른 일면은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시중은행장의 인사에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최근에도 은행장 인사에 대한 정부의 개입논란은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다. 여전히 몇몇 시장은행장들의 거취 문제는 관심사가 되고 있다.

특히 재경부 인맥의 광범위한 금융권 포진은 신관치라는 용어를 만들어 낼 만큼 정부의 금융권 지배력은 날로 증대되고 있다. 이는 거미줄같은 재경부 출신의 세력 형성에서 엿볼 수 있다.

신정부에 참여한 재경부 출신 장관만 해도 한 둘이 아니다. 우선 김진표 재경부 장관을 시작으로 해서 윤진식 산자부 장관, 최종찬 건교부 장관, 이정재 금감위원장, 권오규 청와대 정책 수석, 이용섭 국세청장 등이 경제 부처 요직에 포진했으며, 유지창 산업은행장, 김종창 기업은행장, 이영회 수출입은행장, 이인원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이 정부 출연기관장으로 버티고 있다.

이밖에 경제 주요 기관장에 재경부 출신이 독식함에 따라,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은행 등 금융기관장의 인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형국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은행장등 금융기관장들은 경영보다 ‘정치권 눈치보기’에 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는 게 현실이다.

재경부의 주요 요직 독식은 정권이 바뀌어도 경제현안을 재경부가 도맡아 챙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는 정권과는 별개로 사실상 재경부가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는 얘기에 이른다.

따라서 정부가 대주주인 금융기관장의 인사권을 틀어쥔 재경부의 요구에 거부할, 간 큰 금융기관장이 없다 보니 관치 논란은 이 정부 들어서도 끊이지 않는 것이다.

최근 재경부가 청와대의 견제를 받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는 재경부의 세력 확장에 직간접으로 안티를 걸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부 출신의 낙하산 인사에 대해 청와대가 일일이 체크, 비토권을 행사하고 나선 것.

최근 신용보증기금 이사 선임에 재경부 국장 출신이 내정됐다는 사실을 인지한 청와대는 낙하산 인사라며, 비토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내년 임기가 만료된 이영회 수출입은행장 후임자로 재경부출신이 지목된데 대해 은행 노조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비토권을 행사할지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이런 청와대의 재경부 견제는 재경부와 그 출신이 형성한 금융권 세력 확장을 개혁의 걸림돌로 보는 시각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에 광범위하게 포진한 재경부 출신이 재정금융정책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다 보니 ‘노무현 노믹스’가 끼어들 틈이 없다는 게 청와대 일부 참모들의 시각이어서 재경부의 세력을 약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관련 “재경부 공무원 10명중 9명이 서울대 출신으로 내부에서 학맥으로, 외부로 나가서는 재경부라는 테두리로 묶여 국가 경제에 엄청난 파워를 행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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