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술특례 상장社 성적표 '낙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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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수익률 -26.35%…규제 완화에 '옥석' 가리기 필요성 대두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기자] 수익은 낮지만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상장 기회를 주는 '기술특례 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의 주가가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기술특례 제도를 업고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상장사(스팩 제외)는 총 11곳이다. 전년(12곳)에 이어 10곳 이상의 기업이 이 제도로 상장했다.

지난 2005년 처음 도입된 기술특례 상장제도는 회사의 보유 기술이 유망하다고 판단될 경우, 재무제표상 적자가 있더라 상장 기회를 제공한다. 주로 연구개발(R&D)에 투자 비중이 높은 바이오·헬스케어 업체가 대상이지만, 최근 영화나 반도체 등 다른 업종에서도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도입 이래 10년간은 크게 각광 받지 못하며 15개사만이 이 제도를 활용해 상장하는 데 그쳤다. 이에 정부는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의 상장 기회를 더 확대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기술평가기관을 선정하고 통보하는 데 9주가 걸리던 것을 4주로 단축했고, 평가 수수료를 건당 15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줄여 상장 문턱을 낮췄다. 이에 최근 2년간 23곳의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기술특례 상장한 기업의 주가 추이

특례 속에 증시에 진입한 기업이 눈에 띄게 늘어났지만, 많은 상장사가 공모가를 밑돌며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기술특례 제도를 활용한 11개 상장사 가운데 90%에 달하는 10곳이 공모가를 하회했으며, 전날 종가 기준으로 공모가 대비 평균 26.35% 하락했다.

이 가운데 주가가 가장 큰 폭으로 고꾸라진 기업은 -60.12%의 수익률을 기록한 바이오신약 연구개발업체 바이오리더스다. 지난해 7월7일 기술특례 제도를 업고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바이오리더스는 꾸준한 내리막을 타면서 주가는 반 토막 이상 미끄러진 모습이다.

퓨처켐(-47.42%)과 로고스바이오(-42.94%)도 공모가를 절반 가까이 밑돌며 부진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 '1호 기술특례 상장사'로 이름을 올린 유바이오로직스도 열흘 만에 공모가보다 14.83% 낮아졌다. 다만 바이오의약품 개발업체 큐리언트(39.52%)는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을 시현했다.

특히 가장 저조한 주가하락률을 기록한 바이오리더스는 실적마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바이오리더스는 지난해 영업손실 58억3532만원을 기록, 전년 대비 적자폭이 15.72% 증가했다. 지난해 기술특례 상장 기업 중 유일하게 공모가 대비 플러스 수익률을 내고 있는 큐리언트도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올해 기술 특례 상장요건에 대한 규제를 더욱 완화하기로 하면서 기술 특례 상장 장벽이 한 층 더 낮아진다. 이에 따라 올해 제도를 통해 증시에 출사표를 내미는 기업이 약 30개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증가세가 두드러졌던 최근 2년(23곳)보다 많은 수준이다.

기술특례 상장제도는 당장에 뚜렷한 이익을 시현하기가 쉽지 않지만, 성장성이 잠재돼 있는 회사의 상장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기에 호평을 받는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내재돼 있다는 점에선 한계로 지적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기술특례 기업임을 감안해 섣부른 판단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며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갖춰진 기업들을 선별하는 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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