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지난해 12월 기업대출 사상 최대폭 감소
은행권, 지난해 12월 기업대출 사상 최대폭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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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채권 정리+기업 부채비율 관리 영향
가계대출 증가세도 평년 수준으로 축소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불경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금리 상승기에 돌입하면서 은행들이 기업 대출을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을 맞아 부실 채권을 대거 정리하고, 기업들도 부채비율 관리에 들어가면서 지난해 12월 은행 기업대출이 사상 최대폭인 15조원이나 급감한 것이다.

최근까지 치솟아온 은행 가계대출 증가세의 경우에도 평년 수준으로 진정됐다. 지난해 10~11월까지만 해도 7~8조원대에 달했던 증가세가 12월 들어 3조원대로 큰 폭 축소됐다. 급격한 대출금리 상승세로 11월에 대출 선수요가 쏠렸던 데다 주택거래량도 줄어든 영향이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1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은행의 원화대출 잔액은 744조9000억원으로 전월대비 15조원 급감했다. 이는 지난 2009년 통계 편제 이래 가장 큰 감소폭이다.

통상 12월에는 기업들이 연말 부채비율 관리에 나서는 만큼 기업 대출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 2015년 12월에는 9조9000억원, 2014년에는 2조1000억원 줄었고, 2013년과 2012년에도 각각 12조7000억원, 11조8000억원 감소했다.

특히 올해에는 기업 구조조정과 경기 부진으로 은행의 리스크 관리가 강화된 가운데 기업의 대출 수요 자체도 크게 줄면서 감소폭이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015년 48조3000억원에 달했던 기업대출의 연중 증가액도 지난해에는 20조8000억원에 그쳐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의 부실채권 매각·상각과 기업의 부채비율 관리를 위한 대출 일시 상환 등으로 대기업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 모두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각종 대책에도 잡히지 않던 가계대출 증가세도 12월에는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12월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원으로 전월대비 3조5000억원 증가했다. 전월(8조8000억원)대비 5조원 이상 축소된 수치이자, 지난 2010년~2014년 12월 평균 증가폭인 3조8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지난해 11월 금리 상승이 본격화되면서 대출을 앞당겨 받는 선수요 현상이  나타난 점이 다음달인 12월에는 대출 증가폭을 축소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12월중 주택담보대출은 3조6000억원 늘면서 2010~2014년 12월 평균 (3조8000억원)보다 적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의 경우 6조1000억원 증가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2조7000억원이나 급증했던 마이너스 통장 대출 등도 12월 들어서는 2000억원 줄었다. 연말 상여금 유입으로 상환이 늘어난 영향이다.

김정훈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대출금리가 상승하자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 중심으로 11월에 반영된 대출 선수요가 12월에는 주택담보대출 축소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여기에 주택거래량 감소와 대출 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증가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은행의 2016년 연중 가계대출은 68조9000억원 증가했다. 전년(78조2000억원)대비해서는 다소 축소됐지만, 2014년(37조3000억원)에 비해서는 30조원 이상 확대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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