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리銀노조 박해춘 반대 명분의 '타당성'(?)
<기자수첩> 우리銀노조 박해춘 반대 명분의 '타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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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박해춘 우리은행장이 26일 오전 우리은행 본점에서 출근 저지에 이어 취임식마저 저지당함으로써 하루에 두 차례나 노조로 부터 강한 '비토'를 당했다.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사태의 심각성이 커지자, 금융권 안팎에서는 박 행장이 '행장자리'를 아예 포기하고, 타 금융기관으로의 이적을 고려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우리은행 노조측은 앞으로도 박 행장의 출근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이기 때문에, 박 행장이 우리은행장 자리에 안착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낙관도 비관도 단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분위기는 비관론 쪽으로 더 기울어 있는 듯하다.

이즈음에서, 우리은행 노조가 그 토록 박 행장의 취임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곱씹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리은행 노조의 표면적인 반대이유는 '낙하산 인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박 행장은 정·관계 출신 인사가 아닐 뿐더러 평범한 보험회사 직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삼성화재 상무직과 서울보증보험 사장을 거쳐 LG카드 사장직을 맡았던 금융인이다. 이력만으로 본다면, 그는 시장에서 검증받으며 성장한 '금융전문가'인 셈이다. 물론, 은행경험은 없지만.
박 행장이 우리은행 행장공모 참여의사를 밝혔을 당시, 일각에서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입장에서 보면 심증이 있을지 몰라도 실제로 밝혀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심증은 증거로는 미흡하다.
따라서 박 행장은 '모피아'도 아닐 뿐더러 도리어 시장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탄탄대로를 달린 금융전문가라는 것이 금융권의 일반적인 인식인 듯하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은행 노조가 박 행장의 취임을 반대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그가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박 행장이 밝힌 바와 같이 LG카드 사장 재임시절 직원들을 대거 구조조정한 일은 없다. 설령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카드대란' 당시 퇴출위기에 놓였던 LG카드를 회생시킨 공로는 비판의 대상이라기보다 오히려 크게 인정받아야 마땅하지 않을까.
우리은행 노조가 만약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인식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면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공기업 직원들의 안일한 의식과 크게 다를까. 되레 비난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더구나 행장공모 당시 우리은행 내부 출신인 이종휘 수석부행장에 대한 노조의 '지지설'이 사실이고, 그 점이 반대이유중 하나라면 더더욱 현재의 사태는 국민들로 부터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다. 

26일 LG카드 사장 이임식을 마친 박 행장은 LG카드 직원들의 환대를 받으며 공식적으로 LG카드 사장직을 떠났다. 그는 직원들 개개인과 악수를 나누며 서운한 마음을 달랬다. 이임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언론에서 나를 구조조정전문가라고 너무 부각시키는 바람에 노조의 반대가 더 심해지는 것 같다"며 언론에 대한 서운함을 표출했다.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일면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었다.

금융전문가로서 보험, 카드에 이어 은행의 수장으로서 그의 검증된 능력이 발휘되는 것을 기대해 보는 것이 과연 무리일까. 
 
공인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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