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朴-朴체제 '첫 걸음부터 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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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춘 행장 취임식 노조 저지 '무산'...파업 결의(!) 실행(?)
정부협상·영업력 시너지 '기대감'
은행경험 無, 내부 불신 무마 '난제'
 
▲   우리銀노조가 박 행장의 진입을 저지하고 있다[이재호 기자]<hana@seoulfn.com>우리은행 노조가 박해춘 신임 우리은행장의 취임식을 저지하기 위해 우리은행 본점 입구를 봉쇄함에 따라 우리은행장의 취임식과 기자회견이 무산됐다. 26일 우리은행 노조 및 금융산업노조 50여명은 오늘 오후 1시30분에 개최 예정인 박해춘 행장의 취임식을 저지하기 위해 본점 출입구를 원천 봉쇄했다.
박 행장은 이날 오후 1시20분쯤 취임식을 위해 서울 명동 은행 본점에 들어오려다 이를 저지하는 노조와 한동안 실랑이를 벌이다 LG카드 사장 이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은행 밖으로 나갔다.

■취임식 못하고 黃 행장 이임식만
이에 앞서 박 행장은 오전 9시50분쯤에도 주주총회와 이사회 참석을 위해 은행에 들어오려 했으나 노조의 저지로 실패한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행장선임은 관치금융을 위한 낙하산 인사이기 때문에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총력을 기울여 저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취임식을 저지하는 것은 우리은행 직원들의 의견을 박 행장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라며 "제2의 장소에서 취임식이 진행되더라고 박 행장의 출근을 저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이날 본점 강당에서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의 이임식과 박해춘 신임 행장의 취임식을 동시에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노조의 저지로 인해 황 전 행장의 이임식만 진행됐다.
황 전 행장은 이날 이임식에서 임직원들로부터는 공로패와 감사메달을, 노동조합으로부터는 순금열쇠를 기념품으로 받았다.

■노조반발 어떻게 잠재우나
아무튼,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와 박해춘 우리은행장 내정자 등 '박-박 라인'으로 불리는 우리금융그룹의 경영라인이 확정됐다.
박-박 라인의 아킬레스건은 회장과 행장 모두 은행 경험이 없는 외부인사라는 점이다.
여기에, 선발 과정에서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거부감으로 인해 노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러나 우리금융이 민영화를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박 회장의 정부 협상력과 박 행장의 금융 부문 영업력이 더해지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핑크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박 라인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하는 문제는 노조의 반발이다.
우리은행 노조는 지난 21일 박해춘 행장 내정자의 기자회견까지 물리력으로 저지한데 이어 회장-행장 동반 사퇴를 주장하며 총파업을 선언한 상태다.
노조는 관료 출신인 박병원 회장 내정자에 대해서는 '관치금융', '낙하신 인사'라며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박해춘 행장 내정자에게는 구조조정 전문가로 인식돼온 탓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인사태풍이 불어 닥칠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박병원 회장 내정자보다 더 강한 반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북은행의 사례처럼 극적으로 해결이 될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태다.
홍성주 전북행장이 3연임을 반대하는 노조와 '노사발전경영협의회'를 즉시 구성키로 합의하면서 노조의 반대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북은행노조와 우리은행 노조가 반대하는 이유가 다르기 때문에 극적인 반전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에 박-박 라인과 노조와의 갈등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크다.

■회장과 행장-수석부행장간 화합 '중요'
박-박 라인의 또 다른 해결과제는 3년 만에 회장과 행장이 다시 분리되는 만큼 이원경영체제의 안착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2001년 금융지주사로 출범할 당시 지주회사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는 모델을 채택 했었지만 당시 윤병철 회장과 이덕훈 행장이 우리카드 문제와 SPC 회계처리 문제 등으로 대립하면서 심한 내홍을 겪은바 있다.
따라서 박병원 회장 내정자와 박해춘 행장 내정자간 역할불리가 명확하지 않은다면 6년전처럼 내홍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일단 박병원 회장 내정자가 공직 경험을 살려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 긴밀히 협조하면서 민영화 추진과 MOU 완화 등에 주력하고, 박해춘 행장 내정자는 은행 실적 개선을 통해 민영화를 뒷받침하는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단독 수석부행장 체제를 유지키로 했기 때문에 박-박 라인과 수석부행장과의 불협화음도 조심해야 한다.
박병원 회장 내정자와 박해춘 행장 내정자는 은행경험이 없는 외부인사다.
반면, 이순우 부행장의 경우 77년 상업은행에 입행해 비서실 차장과 홍보실장을 거쳐 한빛은행 인사부장, 우리은행 기업금융단장, 경영지원본부장, 개인고객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여기에 작년 한해 100개에 달하는 지점 설립을 주도, 우리은행의 소매금융을 한단계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은행 경험이 전무한 박-박 라인과 은행경험이 풍부한 이순우 부행장간 융화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 수석부행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파업 결의 가능성...실행은 불투명
한편, 지난 23일 실시된 우리은행 노조원들의 파업찬반투표가 찬성쪽으로 대세가 기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체 조합원 1만1400여명 가운데 서울·경기지역 노조원 약 8700여명 중 80% 이상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방 지점 노조원 2700여명의 투표지가 도착하는 대로 최종집계를 내고 파업결의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계는 우리은행이 과연 총파업을 추진할 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합법적인 파업은 3차례의 노사협의회와 쟁의조정 및 냉각기간을 거쳐야 한다. 지난 22일 1차 노사협의회 결렬이 있었지만 향후 파업에 돌입하기까지는 상당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적자금 투입은행이라는 부담과 그에 따른 부정적 여론의 눈총,  파업시 발생할 고객이탈등이 부담이다.
때문에, 우리은행 노조가 박 행장으로부터 '인력구조조정이 없다'는 보장각서와 더불어 '예보와 맺고 있는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 완화 및 폐지에 따른 합리적 보상체제 수립' 등의 조건 수용을 전제로 파업은 비껴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재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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