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육성법' 발의...침체 늪 벗어날까?
'재래시장 육성법' 발의...침체 늪 벗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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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상가 입점시 지자체장 인가 의무화...현실적이지만 실효성 '글쎄'   

[이광호 기자]<lkhhtl@seoulfn.com>갈수록 침체되는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한 또 하나의 관련입법이 추진된다. 이에따라, 우리경제의 사각대로 전락한 재래시장 활성화 문제에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열린우리당 이원영(李源榮) 의원은 24일 재래시장 주변에 대규모 점포의 입점을 제한하는 내용의 '재래시장 및 상점가 육성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재래시장 경계로부터 500m 이내에 총면적 3천㎡ 이상의 상시운영 매장이 입점하려 할 경우 시장.군수.구청장이 등록을 제한할 수 있게 했다.
또 이미 등록된 대규모 점포와 같은 상호를 쓰는 점포가 재래시장 주변에 들어서려 할 경우 면적 제한 기준 3천㎡를 1천㎡로 낮춰 요건을 강화했다.
이 의원은 "그동안 정부가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지원했지만 재래시장 인근에 대규모 점포가 입점할 경우 재래시장은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며 "지역상권 활성화와 유통산업의 균형있는 발전이 필요하다"고 입법취지를 밝혔다. 특히, 이 의원의 발의안은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대형마트 입점과 관련해 행정절차상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기존의 입법안보다는 현실성이 높아 보여 주목된다.

■이상민-심상정 의원 발의 2개법안 '낮잠'  
재래시장 보호를 위한 법안이 발의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의원의 입법추진에 앞서 국회차원의 다양한 입법추진이 모색됐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과는 없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도 대형마트를 규제하기 위한 법률 제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해 4월부터다. 열린우리당 이상민 의원과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을 대표 발의자로 한 '대규모점포 사업활동조정에 관한 특별법안'과 '지역유통산업 균형발전을 위한 특별법안'이 의원이 국회에 각각 제출되면서 부터다.
이들 법안의 골자는 ▲대형마트 신설 허가제 ▲취급품목 제한 ▲영업시간.일수제한 등이다. 타 분야의 관련법안과 비교해 볼 때 지극히 기본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들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에 대한 정부와의 시각 차때문에 아직 까지 표류중이다. 논의가 아주 없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지난 1월 21∼22일 열린 국회 산자위와 법안심사 소위에서 산자부는 "유통시장 개방때 제출된 양허조건상 추가 규제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상문제 차원에서 이미 근본적인 처방은 어려워 졌다는 뜻이다.
 
■정부와의 시각차...개방 당시 첫 단추 잘 못 꿰  
산자부는 그 대신 대형 마트 규제보다는 영세상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프랜차이즈 육성이나 지역상권 활성화 관련 입법을 그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영세유통업체들에겐 마지막 카드나 다름 없는 대형마트의 허가제 도입 문제와 관련, 정부는 지자체의 도시계획 등을 통해 대처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소형유통업체들은 이는 '대안으로 보기 어려운 대안'이라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들은 모든 업종이 신규진출과 퇴출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는 데도 불구, 대형마트에 관해서는 유독 입법화가 어렵다는 정부의 입장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물론, 대형마트 관렵법에 찬성하는 의원들은 영업시간이나 일수 제한은 내외국인에 비차별적이고 합리적 이유가 있으면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정부의 반대논리에 막혀 큰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다른 업종과 비교할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유통시장 개방당시 첫 단추 자체를 잘 못 끼운, 그러니까 졸속협상이 문제의 화근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중소 상인들이 대형 마트 입점 반대시위를 벌이는등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만시지탄이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대형마트 입점과관련한 행정절차상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자체의 허가를 받도록하는 이 의원의 입법안이 통과되더 라도 로비력등에서 앞서는 대기업들에게 지자체장들이 휘둘린 다면, 큰 의미가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시장 개방 8년...대형마트 200개 '10배 증가', 소형유통업체 14만개 폐업 
이런 가운데,유통시장 개방이후 10년도 채 안되는 과정에서 유통시장 개방 8년, 재래시장과 생계형 가게 '초토화'됐다. 불과, 10여년만에 대형마트는 200여개가 늘어난 반면, 재래시장이나 주택가 등의 소형 가게는 무려 14만개나 문을 닫았다. 이런데도, 대표적인 민생법안인 '마트 규제 법안'들은 3월 임시국회에서도 통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글로벌 유통업체에 대한 '대항마'로 대형마트 활성화가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의 심각성으로 재래시장 및 영세유통업자를 살리기 위한 대안 모색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산자위 자료에 따르면 유통시장 개방이 이뤄진 지난 1996년 75만1천620개(추정치)에 달했던 중소 유통업소(무점포, 슈퍼마켓, 편의점 제외)는 지난 2004년 61만1천741개로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대형 마트는  28개에서 276개로 10배나 증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매출급변는 당연지사. 통계청에 따르면 구멍가게 등 기타 소매점의 판매액 지수는 2000년 100에서 2005년 94.3으로 떨어진 반면, 대형 마트의 판매액 지수는 같은 기간 100에서 195.7로 급등했다.
유통시장 개방으로 외국계유통업체와 대기업등 국내 대형자본들이 운영하는 대형마트들이 유통시장의 영세업자를 구축한 셈. 이처럼 처참한 재래시장의 현주소가 더 이상 법제화를 늦출 수 없는 이유다. 
 
이광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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