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새해맞이 '조직 수술'…군살 빼고 성과 챙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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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은행계 금융지주, 연말 임원인사·조직개편 단행

[서울파이낸스 정초원 이은선기자] 국내 은행권이 새해를 앞두고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내년도 금융환경이 악화될 것을 의식해, 성과주의에 입각한 인사와 시너지를 중시한 조직 수술로 효율성을 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NH농협·BNK·JB금융지주 등 은행계 금융지주들은 최근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마무리했다. 상당수 금융사가 높은 성과를 낸 젊은 임원을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등용했다. 조직개편은 WM 등 비은행부문과 핀테크 등 미래성장에 중점을 뒀다.

◇ 신한 '고속 승진'·KB '시너지 극대화'

신한금융은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모두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둔 만큼 임원 교체폭이 크진 않았다. 다만 은행 부행장·부행장보 인사에서 관례와 달리 고속 승진한 사례가 눈에 띈다. 이번 인사에서 부행장으로 승진한 허영택 부행장보와 우영웅 부행장보는 불과 1년만에 부행장 자리에 앉게 됐고, 진옥동 법인장은 부행장보 직급을 건너뛴 채 파격 승진했다. 승진 시기를 고려하기 보다는 철저히 성과와 역량을 판단한 결과다.

KB금융은 현직 임원을 대폭 교체하는 것보다는 조직체계를 손봐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강화하는 쪽을 택했다. KB국민은행 부행장 6명이 모두 임기만료를 앞뒀지만 1명을 제외하고는 연임했다. 대신 3명의 부행장을 승진 임명해 은행 부행장은 총 8명으로 늘었다.

지주, 은행, 증권의 자산관리(WM)와 기업투자금융(CIB) 부문의 총괄 임원을 박정림 부행장과 전귀상 부행장이 겸임토록 한 것도 특이점이다. KB금융은 "계열사간 협업체계를 강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인사와 조직에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또 본부장 중에서는 1967년생인 하정 KB국민은행 트레이딩부장을 최연소 본부장으로 발탁했다.

KB금융의 조직개편은 미래성장동력에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 지주 산하에 KB이노베이션허브를 만들고, 은행에는 스마트마케팅부와 스마트채널지원유닛을 신설했다. 개인고객그룹을 고객전략그룹으로 재편하고 데이터분석부를 새로 만든 것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또 퇴직연급과 신탁사업 시너지를 위해 신탁본부를 신탁연금그룹으로 격상했다.

▲ 사진=서울파이낸스DB

◇ 하나·농협 '물갈이 인사'

하나금융은 은행 통합 2년차를 맞아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로 성과주의에 입각해 3명의 신임 부행장을 선임하고 본부장 40명 중 16명을 교체했다. 특히 장경훈·정정희·한준성 전무가 부행장으로 승진하면서 부행장 4명 중 3명이 1960년대생으로 채워졌다. 이 가운데 한준성 부행장은 1966년생으로, 은행권 부행장 중 가장 젊은층에 속한다.

이와 함께 조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본점 조직을 14개 그룹, 12개 본부, 61개 부서, 4개 사업단으로 줄였다. 또 허브 영업점에 스포크 영업점을 두는 새 영업점 시스템을 도입해 영업본부 4개를 감축했다. 새로 꾸린 WM사업단·IB사업단·외환사업단·신탁사업단 통해서는 비은행부문을 전략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NH농협금융은 지주사 중 가장 큰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NH농협은행 부행장의 80%인 9명을 교체해 전환점 마련을 꾀했다. NH농협은행 역시 이번 인사 키워드를 성과주의로 꼽았다. 또 지주사 조직체계를 3부문 9부 1단으로 간소화하고 글로벌전략부와 디지털금융단을 신설해, 내년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부문을 부각시켰다. 은행 차원에서도 디지털뱅킹본부와 핀테크사업단, 빅데이터 전략단 등을 새로 꾸린 만큼, 변화하는 금융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 지방은행도 조직 슬림화…효율에 방점

그간 몸집을 불려온 BNK금융그룹과 JB금융그룹도 통합 과정에서의 잡음을 매듭짓고 비용절감 전략을 본격화한다. 그룹 내 두 은행의 조직 체계를 일원화하고, 중장기적으로 기획과 전산 등을 지주 중심으로 통합해 투뱅크 체제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비용 절감과 경영 효율성에 중점점을 뒀다.

BNK금융그룹은 내년부터 '투뱅크-원프로세스'를 목표로 부산·경남은행의 조직 체계를 통일한다. 지주는 일부 부서를 통폐합하는 대신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업무표준화 전담팀인 '경영혁신팀'을 신설하고 조정의 역할을 강화한다. 부산은행의 소매금융팀은 리테일금융부로, 경남은행은 IB사업단을 IB사업본부로 각각 격상해 부서명칭과 업무분장을 일치시켰다. 향후에는 업무 프로세스 역시 단계적으로 통일할 방침이다.

특히 BNK금융은 두 은행의 겸직 임원을 확대했다. 박재경 부산은행 부행장은 두 은행의 자금시장본부장을, 안병택 경남은행 본부장은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를 겸직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BNK금융 전략기획부 담당자는 "부서 명칭을 통일하고 업무의 프로세스를 일치시켜 그룹 차원에서의 기획과 IT표준화로 운영·개발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겸직 임원의 경우 업무 부담이 적은 정보보호 부문과 자금시장본부를 우선 운영한 뒤 필요한 경우 확대하는 방안도 추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각 은행 운영에 있어서도 비용 절감 노력이 엿보인다. 경남은행의 경우 본부 인력을 축소해 영업점에 전진배치했다. 본부 조직을 슬림화하고, 영업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부산은행도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7개 영업본부를 5개로 축소했다. 대신 동일 영업권 내의 점포를 묶어 직원 간 교차 근무할 수 있는 '패밀리그룹' 제도를 내년부터 확대해 점포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JB금융그룹의 최대 계열사가 된 광주은행도 지난 14일 기존 본부부서를 팀제로 변경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고,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전북은행의 기존 조직 구조와 같다. 부행장 직책도 기존 11명에서 8명으로 축소해 임원을 조정했다. 전북은행의 경우 부장급이었던 준법감시인이 부행장으로 격상돼 총 8명의 부행장급 임원을 유지했다.

JB금융 관계자는 "계열사 간 업무 협조와 정보공유를 위해서는 동일한 조직구조가 용이하다"며 "의사전달을 신속하게 하고, 업무를 효율화 하는 차원에서 본부는 유지하되 팀제로 조직체계를 재정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장기적인 비용 절감과 조직슬림화를 위해 임원인력도 조정에 나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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