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증시전망] '박스권 장세' 탈피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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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예상밴드 1900~2273 '변동성 확대' 한목소리…기대감 못지 않은 '신중론'

▲ 표=증권사 취합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남궁영진기자] 2017년 정유년(丁酉年) 한국 증시가 수년간 지속돼 온 지루한 '박스권 장세'를 탈피할지 투자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 경제 회복과 함께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 호조가 내년 코스피를 지지하는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올해보다 강도가 센 대내외 변수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란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13곳의 내년 코스피 지수 평균 예상 밴드는 1900~2273로 집계됐다. 올해 예상 밴드 1861~2227에 비해 상단과 하단 모두 약 40p 가량 확대된 수치다. 내년 기다리고 있는 대내외 변수가 많아 올해보다 증시 변동성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13개 증권사 가운데 미래에셋증권·하나금융투자·신한금융투자가 가장 높은 2350선을 예상 밴드 상단으로 제시했다. 내년 강세장에 따른 박스권 탈출을 전망한 것이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상장기업 순이익이 10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선 것"이라며 "내년에는 114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 N자 패턴의 강세장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다수 전문가들도 내년 세계 경제 성장과 국내 기업들의 성장이 코스피 상승 탄력을 지지할 재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내년 국내 코스피 상장사들의 순이익은 114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올해(102조원)보다 11.7% 높은 수준이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의 평균인 83조원보다는 37.3%를 웃돈다. 내년 강세장을 띨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김예은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국내 기업들의 순이익이 다소 부진하다 보니 외국인들의 매도 경향이 두드러졌다"며 "내년 기업들이 사상 최고 순이익 달성으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개선되면서 신흥국들도 한국 증시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호조를 뒷받침할 업종으로는 단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이 속한 정보기술(IT)업종이 꼽힌다. 올해 들어서도 전기·전자업종지수는 39.9% 오르며 여타 업종지수 중 가장 큰 상승세를 보였다.  환율 등 수출 여건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향후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등 IT 기술의 발전이 IT업종의 실적을 견인할 것이란 분석이다.

내년 3차례의 미국 금리인상이 예견되면서 은행 업종에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국내 시중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격차)도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 은행업종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우리은행, 하나금융지주, KB금융, 신한지주, 기업은행, BNK금융지주 등 6개 은행주 전체 시총은 작년 말 54조1262억원에서 이달 23일 기준 69조5539억원으로 28.5%(15조4277억원) 급증했다.

김예은 연구원은 "내년에 미국이 금리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나갈지 명확한 입장을 취한다면 국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우리나라는 가계부채 문제로 미국만큼 금리를 올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반대로 내년에도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머무를 것이란 신중론도 적지 않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방향, 유로지역의 정치적 불안 등이 대외변수가 산재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정치 혼란 등 국내 증시를 둘러싼 여건이 여전히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교보증권·HMC투자증권이 예상 밴드 하단으로 2200선을, 삼성증권이 2210선을 제시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으로 인해 지지선은 견고해졌지만, 밸류에이션의 도약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주요 이슈로 꼽았다. 이달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지금보다 0.50∼0.75%로 0.25%b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금리가 얼마나 오르고 내릴 것인지 연중 위원들의 생각을 담은 표인 '점도표'는 내년 1년간 3차례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는 당초 2차례에서 상향 조정된 것이다.

문제는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신흥국의 자금 유출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조병헌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연초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경계감에서 다소 자유로울 수 있지만, 3월 FOMC에서 발표되는 경제 및 금리 전망에 따라 세 번째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는 시점까지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 봤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 향방도 내년 증시를 좌우할 주요 변수다. 트럼프가 무장한 보호무역주의(TPP 반대, 관세 인상, 중국 무역 보복, 중국 환율 조작국 지정 등)는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로 이어져 부정적이다.

중국의 경기 경착륙 변수도 눈여겨 봐야한다. 중국정부가 대출규제 강화, 주택구매 제한 등 조치를 내리면서 경기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외에도 미 FOMC 이사진 교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상, 프랑스 총선·대선도 주요 이벤트 중 하나다.

더불어 박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내년 상반기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등 정치적 리스크가 확대되면 추가적인 시장 충격이 불가피하다. 대통령 탄핵 변론절차는 1월 초부터 시작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변론 기일은 1개월, 전체 심판은 약 2개월이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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