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탄소배출권시장 활성화하려면 규제 완화해야"
[인터뷰] "탄소배출권시장 활성화하려면 규제 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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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선 에코시안 탄소배출권 리서치센터장 (사진 = 차민영기자)

김태선 에코시안 탄소배출권 리서치센터장

[서울파이낸스 차민영기자] "국내 탄소배출권시장은 투자은행(IB) 같은 제3자의 진입을 법으로 막아놨습니다. 이들이 시장에 들어올 수 있게끔 문턱을 낮춰주는 것이 시장 활성화의 첫 걸음 아닐까요."

환경문제의 해결대안으로 떠오른 탄소배출권거래제도가 국내에서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제도 초기인 만큼 배출권 할당대상 업체들이 '배출권 확보'에 주력하며 관망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데다,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야할 유동성공급자(LP)의 존재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국내 탄소배출권시장 전문가인 김태선 에코시안 탄소배출권 리서치센터장(사진)을 지난 12일 서울 금천구 그의 연구실에서 만나 시장의 현안과 발전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 센터장은 우선 탄소배출권시장의 운영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배출권거래제는 시장의 가격기능을 이용한 감축수단 중 하나"라며 "온실가스 감축비용이 저렴한 업체는 많이 감축해서 시장에 판매하고, 온실가스 감축비용이 비싼 업체는 시장에서 이를 구매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탄소배출권거래제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tCO₂)이 일정 규모 이상인 업체들을 할당대상업체로 지정해 이들에게 배출권을 할당하고 있다. 할당업체수도 2015년(522사)→2016년(568사)→2017년(602사)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시장을 통해 배출권을 거래함으로써 전체 시장의 효용성을 높이는 것이 탄소배출거래제의 궁극적인 목표다.

김 센터장은 "시장 분석에 있어 수급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수급은 모든 재료에 있어 우선한다"며 "특히 탄소배출권시장의 경우 공급은 정부로부터 할당받게 되는 할당량이 되고, 기업들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된 배출량이 수요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작년 1월12일 출범한 탄소배출권시장의 첫 해 실적은 어땠을까. 에코시안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행기간 동안 정부의 할당량과 인증량은 각 5억4900만톤, 5억4300만톤으로 총 600만톤의 잉여가 발생했다. 총 522개 업체의 56%는 1700만톤의 잉여를 보인 반면 나머지 44%는 1100만톤이 부족했다.

김 센터장은 우선 수요 측면에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잉여로 배출권이 정산된 데는 개별 업체들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경기침체로 인한 공장가동률 저조 등이 주효했다"며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만큼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기업들의 배출권 수요는 분명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공급 측면에서 유인이 부족하다는 것. 김 센터장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시점이다 보니 기업들이 향후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잉여 배출권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현재 배출권 가격이 매우 저렴한 상태인데 계속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도 이에 일조하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정부 또한 보유하고 있던 예비분을 공급하고 기업들의 차입한도를 확대해주는 등 해결방책을 모색했다. 그는 "제도 시행 첫 해부터 배출권을 살 의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급 물량이 없어 과징금을 물어야 하는 기업들이 나왔다"며 "이에 정부가 내년 업체별로 배출권 차입한도를 종전 10%에서 20%로 높여주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고 전했다.

국내 탄소배출권시장이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개선방안도 제시됐다. 현재 정부에선 시장 초기 투기성 참여를 막기 위해 IB 등 제3자의 참여를 법으로 제한해 놓고 있다. 이에 따라 탄소배출권시장에선 금선물 시장이나 금리선물 시장 등과 달리 유동성을 공급하는 LP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김 센터장은 "우선 IB나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체들이 탄소배출권시장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끔 이들의 진입을 허용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외의 사례처럼 기술력을 지닌 에너지업체들과 자금력을 지닌 IB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통해 시장에서 배출권을 확보하고 이를 거래할 수 있도록 시장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순환 구조가 확립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시장정책이 일관성을 지녀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탄소배출권시장은 정답이 없는 시장으로 계속 개선하고 보완해야 하는 시장"이라며 "운동 경기가 시작됐는데 중간에 경기 룰을 계속 바꾸게 되면 주자들이 혼란스러운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꼬집었다.

거래에 참여하는 한 주체가 과다하게 정보를 쥐는 '정보 비대칭성' 문제도 지적됐다. 그는 "한국거래소에서 제공하는 정보 말고는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없다"며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의 공개범위를 넓히는 등 정보 공유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예시로는 업종별 배출권 차입 또는 이월 규모의 공개를 들었다.

한편, 올해와 내년 탄소배출권시장은 작년과는 사뭇 다른 결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작년이 배출권 확보를 통한 '제도 대응'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올해와 내년은 '공급우위'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김 센터장은 "2016년과 2017년 이행기간의 경우 2015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조기감축 인정량 4139만톤은 수요우위의 시장기조를 공급우위로 바꾸기에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심리적인 요인를 배제한 수급요인만 감안했을 때 시장은 약보합 기조로 점진적인 하향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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