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차민영기자] 왕년의 주가연계증권(ELS) 신화를 잊지 못한 것일까. 실정에 맞지 않는 금융당국의 상장지수채권(ETN) 시장제도 개선방안에 금융투자업계가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2일 '파생상품시장 경쟁력 제고 및 파생결합증권시장 건전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불렸던 ELS의 빈자리는 컸고 금융당국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과 ETN 시장의 규제 문턱을 대폭 낮춤으로써 시장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손실제한형 ETN 활성화 방안'까지 이에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본래 ETN은 시장에 상장된 ELS라고 보면 된다. 다만 손실제한형 ETN의 경우 기초지수 1개를 기반으로 한 단순한 구조의 상품으로 손실액이 일정 수준으로 제한되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에 '주문제작'한 상품인 셈이다.

업계에선 손실제한형 ETN을 만들기 위한 인프라 구축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혀 새로운 유형인 만큼 IT(정보통신) 기반 구축도 다시 해야 되고 이후 시장 운영방식도 일반 ETN들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손실제한형 ETN 상장은 거래소의 숙원사업이겠지만 발행사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업계의 부정적 분위기를 전했다.

게다가 이제 막 출범 2주년을 맞은 ETN 시장 자체 수익성도 크지 않은 상황. 현재 ETN 시장의 시가총액은 3조2000억원으로 ETF 시장의 10분의1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당연히 운영수익도 과거 ELS 사업으로 벌어들인 것에 비하면 한숨이 나오는 수준일 터. 증권사 입장에선 메리트가 없다. 펀드의 ETN 편입을 주문받은 운용사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ELS 투자자들이 ETN으로 방향을 선회할 유인도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ELS 대부분이 한번 구매해 장기 투자하는 상품인 데 반해, ETN은 필요에 따라 거래함으로써 차익을 추구하거나 위험을 헤지(리스크 회피)하기 위한 용도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아예 성격이 다른 대체 불가능한 시장이란 얘기다.

ETN 시장은 '전략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을 위해 개설된 틈새시장이다. 업계 또는 시장의 반응은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의 입맛대로 '모범답안' 같은 상품을 만들어서는 ETF나 ELS 등 유사 파생상품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장기적 관점에서도 손실제한형 ETN 상품이 경쟁력을 지닐 수 있을지 당국은 고심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